[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

D-29
2부 1장 재밌네요. 범블씨와 코니 부인 썸타는 이야기. 아주 간질간질하게 범블씨가 키스에 성공하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잘 그린 걸 보면 본격적인 연애 로맨스 소설도 잘 썼을 것 같은데요. 왜 <위대한 유산>에서는 에스텔라와 핍 간에 이런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없었을까요.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두 인물의 썸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린 아이러니함이 2부 첫 시작부터 이 소설의 재미를 확 끌어올려주는군요.
완독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좀 읭? 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너무 갑자기 사건이 후루룩 해결되는 느낌. (몽크스 왜... 아무 증거도 없는데...)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페이긴의 심리 묘사는 정말 압권입니다...! '위대한 유산'도 술술 읽히긴 했지만 그렇게 재밌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주변 인물 몇몇이 매우 흥미로웠지만요), '올리버 트위스트'는 개연성이 좀 부족해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두 도시 이야기'도 벌써 기대되네요. 저는 시공사 책으로 읽었는데 황소연 번역가가 말미에 수록한 작품 해설을 읽으니 작품 이해에 좀 더 도움이 되었어요. 몇몇 부분만 옮겨 봅니다. 신사 이야기도 나와서 '위대한 유산'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네요. * 1830년대는 과거의 낭만적 전통 속에서 공리주의와 합리주의가 득세한 시기였다.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빈민의 양산 같은 급격한 도시화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17세기부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빈민법이 시행 중이었는데, 공리주의적 사상에 젖어 있던 당시의 위정자들은 사회적 공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믿음하에 기존의 빈민법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1834년 신빈민법을 제정했다. 이전의 빈민법은 누구나 정부의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했으나 신빈민법은 빈민의 이기성을 부각하고 이들을 억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원외 구호는 폐지되었고, 구빈원에 수용되면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남녀를 구분하는 원칙에 따라 남편과 아내는 같이 지낼 수 없었다. 사실상 이 법은 빈민 구제가 목적이 아니라 재정 부담을 덜려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근거한 것이었다. (중략) 사정이 이러하니 구빈원은 낙오자 낙인이나 다름없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구빈원 수용자들에 대한 교구 관리들의 멸시나 올리버를 무시하는 자선학교 학생 노아의 태도는 결코 극적 과장이 아니다. * 빅토리아 시대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도덕적 엄숙주의다. 엄격한 매너와 절제가 강조된 시대였는데, 고상하지만 방탕하고 음란했던 직전의 조지 왕조에 대한 반발이었다. 성실, 품위, 절약이 미덕인 사회였다. 이 작품의 교구 관리 범블과 구빈원 총무 코니 부인도 예외가 아니다. 두 사람은 점잖고 은근한 연애 기술을 발휘해 결혼이라는 실리를 취한다. 체면치레와 내숭의 향연이 펼쳐지고 나서야 범블 씨는 코니 부인을 품에 안는다. * 대규모 토지와 작위를 동시에 소유한 귀족들은 극소수였기 때문에 영국 사회의 실질적 지배층은 작위는 없으나 토지 임대 수익으로 살아가는 신사 계층, 즉 젠트리였다. 신사 계층 아래에는 신사 계층으로의 편입을 꿈꾸는 중산층이 있었다. 상인, 상점 주인, 장인, 전문 직업인 등이 이에 속했다. 그 밑으로 하급 노동자와 빈민이 하류층을 구성했다. (중략) 빅토리아 시대 서민들의 꿈은 한마디로 '신사gentleman'가 되는 것이었다. 신사 계층은 원래 토지의 임대 수입으로 살아가는 유한층을 뜻했지만 이들을 보좌하는 사람들도 신사를 자처했다. 산업화의 확대로 인한 계층의 유동화로 직업에 상관없이 재력을 가진 중산층이면 토지를 매입해 신사 계층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오! 아주 흥미로운 설명들입니다 위 글을 읽으니 신빈민법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 보장보다는 그냥 생색내기용 빈민구제법인듯 합니다~ <더 파이브>란 책에 보면 연쇄살인범 잭더리퍼의 피해여성들이 집에서 부당하게 쫓겨나도 구빈원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던데 이런 부당한 대우들이 있어서였나봐요 도덕적 엄숙함의 빅토리아 시대와 대비되는 조지왕조에 대해서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시기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방탕하고 음란한 시대였다니 신기합니다
제가 생략한 부분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신빈민법이 제정된 이유에 대해 ‘빈민들은 교구별로 관리되고 있었고 교구의 유력자들이 교구 위원회를 맡아 빈민세를 부담했으나 빈민의 증가로 세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라고… 소설에 나오는 교구위원회와 범블 씨가 떠오르더라고요. 거북별 님 글을 보니 갑자기 조지 왕조 시대 배경 소설은 뭐가 있나 궁금해집니다. 혹시 아시는 분…? ㅎㅎㅎ
저도 그 도덕적 엄숙함 부분은 확 와닿지는 않네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조지시대때 처음으로 소설 이라는 장르가 헨리 필딩 톰존스 같은 작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고 들었어요. 제인 오스틴이 조지 시대 대표 작가 아닐까요?
제인 오스틴이 대표 작가 맞습니다.^^
아, 제인 오스틴이군요! 흠… 뭐 그렇게 엄청 자유분방한가? 영 감이 안 오네요. 제인 오스틴은 좋아해서 거의 다 읽었지만요. 하긴, ‘오만과 편견’에서 막내가 위컴이랑 사랑의 도주를 하고, ’맨스필드 파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죠(심지어 여긴 유부녀). 생각해 보니 오스틴 소설에서 그런 내용이 빠지질 않네요. 여튼 조지 시대 대표 소설가를 알게 되어 속시원합니다. 알려주신 두 분 감사해요. (영국 역사에 대해 잘 몰라 조지 시대 어쩌고 떠들고 있지만 뭐가뭔지 모르겠어요 ㅎㅎ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얻은 내 지식 다 어디갔니…)
모임에 참가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꼭 듣고 싶었어요! 특히, 공리주의, 빈민구제법, 도덕적 엄격주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디킨즈가 작중화자로 나서서 단 코멘트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확 됩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지만 상당히 도움되는 작품 해설이었어요. 반가워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시공사 책 표지도 예뻐요. (예쁜 책 좋아해서 두 도시 이야기도 시공사 걸로 읽을 예정입니다ㅋ) 기회 되면 한 번 들춰보셔도 좋을 듯요!
저는 아직 읽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너무 도움이 많이 되는 해설이네요 공유 감사합니다:)
2부 5장의 내용을 읽다보니 다시 한번 두번째로 언급하신 ' 도덕적 엄숙주의'가 떠오르네요. 이 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범블씨가 코니 부인으로부터 결혼동의를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은 마지막 부분에서는 장의사의 조수와 하녀의 비밀 데이트와 대조를 이루며 끝나는군요. 이 두 장면에서의 범블씨의 반응이 적나라한 아이러니입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수준! 두 커플 모두 싱글들의 연애이니 비도덕적일 것도 없고 다를 것도 없는데 본인은 교구관에다가 코니 부인도 구빈원에서 일하니 둘의 연애는 부끄러울 것이 없고 장의사의 조수와 특히 하녀의 행동은 부정한 죄로 지탄을 받는군요. 범블씨 자기는 결혼도 하기 전에 코니 부인한테 키스하고 오는 길에 젊은 두 남녀가 키스 해달라고 말했다고 혼내다니.... 양심에 안 찔렸을까요?
많이 늦었지만... ㅠㅠ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에 10장까지 읽고 잤는데,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유산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뭐랄까 읽으면서 이런저런 의뭉스러운 점이 덜하다고 해야하나... 암튼 이해도 잘되고 실제로 너무 웃기고(!!!) 술술 읽힙니다. 특히 자주 언급되는 “생생한 인물묘사” 라는 평이 어떤 부분을 말하는건지도 생생하게 느끼면서 읽고 있어요:) 시대배경과 관련된 질문인데... 당시 “모자”가 갖는 의미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무조건 외출 시에는 모자를 쓰고 나가야 했던 것 같고, 지위에 따라 다양한 모자를 쓴 것 같은데...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범블 씨의 “삼각모자” 는 어떻게 생겼던 건지도요~ ㅎㅎㅎ 그리고 위대한 유산을 읽고 난 후라 그런지 “신사”라는 단어에 자꾸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네요. ㅋㅋㅋ 미꾸라지나 페이긴 같은 사람들도 어린신사, 노신사 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냥 남자라는 뜻으로 가볍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게 좋을것 같긴 한데.. 원문에도 젠틀맨으로 되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올리버 트위스트 재미있게 읽고 계시나요?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이 소설에 나온 인물 중 찰스 디킨스의 친구였던 인물의 이름을 올리버 트위스트 읽기 마지막 날 올려주세요. 제일 먼저 정답을 맞추시는 분에게 제가 쓴 <단어의 배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디킨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들, 세심하게 관찰한 인물들의 특징을 소설에 자주 등장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치안판사 팽도 실제 모델이 있었습니다. 이 판사의 악행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당시 사람들 사이에 악평이 자자했습니다. 결국 그 판사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판사는 올리버 트위스트에 나온 팽 판사가 자신을 모델로 했다는 걸 몰랐다고 해요. 자기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디킨스는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 친구,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일면을 담은 캐릭터들을 많이 만들었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그런 식으로 종종 지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나 누가 봐도 자기가 분명한 캐릭터를 찾아내고 항의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선 글쓰기에 비교적 편했던 면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질문 주신 디킨스가 어떻게 범죄자들의 은어를 잘 알고 있었냐는 것에 대해 답해보자면 디킨스는 변호사 사무실 사환으로 사회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 어려서는 빈민가에 몇 년 살면서 틈만 나면 그곳을 돌아다니며 모험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어른들은 아이들이 듣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 못하고 온갖 이야기를 다하잖아요. 그때부터 관찰력과 호기심이 뛰어난 디킨스의 머릿속에 그런 은어들이 차곡차곡 쌓여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디킨스는 런던뿐만 아니라 파리, 뉴욕, 보스턴, 이탈리아 같은 곳을 갈 때마다 항상 당국에 요청해 시체공시소, 빈민가, 감옥, 도박소굴 같은 곳들을 경찰을 대동해 탐방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밑바닥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기에 그런 생생한 언어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 남은 기간 동안 올리버의 운명을 재미있게 읽어보세요!
아, 퀴즈! 퀴즈가 있었죠! 힌트는 없고 그냥 찍는 건가요? 벌써 궁금합니다…
네. 힌트 없고 그냥 막 찍어보세요 ㅎㅎ
유영문학상 수상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흰벽님!
아니 지금 보니 제가 문학상이라고…?? ㅠㅠ 유영번역상 축하드려요! (번역상인 거 알아요… 원래 알고 있었어요… ㅠㅠ)
흰벽님 아무튼 감사해요 ㅎㅎ
역시 발품을 팔아서 나온 결과물이었군요.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환으로 일했기에 <위대한 유산>에서 그렇게 자세하게 묘사할 수도 있었던 거구요. 설명 감사합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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