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D-29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89, 한강 지음
칠하지 않은 생나무들은 표정도 진동도 없는 정적에 잠겨 있는데, 이 검은 나무들만이 전율을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45, 한강 지음
그의 몸에서 배어나온 조용한 전율이, 빨래를 쥐어짜는 순간 쏟아지는 물처럼 손을 적시는 걸 느꼈어요.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61, 한강 지음
젖먹이 아기도?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 빨갱이들을.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20, 한강 지음
문장이 눈처럼 다가와 가슴에 사이사이를 스쳐가 시리게 하고, 차곡차곡 쌓여서 문장이 주는 무게와 책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슬픔을 기억하고 곱씹는 행위에서 오는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보이지 않는 눈송이들이 우리 사이에 떠 있는 것 같다. 결속한 가지들 사이로 우리가 삼킨 말들이 밀봉되고 있는 것 같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243,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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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연님의 문장 수집: "보이지 않는 눈송이들이 우리 사이에 떠 있는 것 같다. 결속한 가지들 사이로 우리가 삼킨 말들이 밀봉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읽을 수록 마음이 눈이 쌓이는 기분입니다. 언제든 녹을 준비를 하듯, 녹기 위하여 눈이 그날 위를 덮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숨을 죽이고 오랜동안 얼어붙어 있었나 봅니다.
그 어린것이 집까지 기어오멍 무신 생각을 해시크냐? 어멍 아방은 숨 끊어져그네 옆에 누웡 이신디 캄캄한 보리왓에서 집까지 올 적에난, 심부름 간 언니들이 돌아올 걸 생각해실 거 아니라? 언니들이 저를 구해줄 거라 생각해실 거 아니라?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25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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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나J님의 문장 수집: "그 어린것이 집까지 기어오멍 무신 생각을 해시크냐? 어멍 아방은 숨 끊어져그네 옆에 누웡 이신디 캄캄한 보리왓에서 집까지 올 적에난, 심부름 간 언니들이 돌아올 걸 생각해실 거 아니라? 언니들이 저를 구해줄 거라 생각해실 거 아니라?"
치매로 인해 기억이 흐릿해가는 중에도 또렸하게 기억하는 동생에 대한 아픔과 슬픔이 전해져오는 듯 하네요. 잊을 수 없는,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선의 어머니를 통해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237, 한강 지음
그 꿈은 살아 있는 누구도 경선 곁에 남아 있지 않단 걸 폭로한다 여기지만, 인선은 내가 있다고 말해줍니다. 경선은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앞에서 하는데, 다시 찾아가 읽어 보았습니다. 원래는 인선에게 진혼제(?) 같은 짧은 기록영화를 만들자고 했지만, 그 꿈은 경선의 지금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 지금이란 작별 이야기를 다시 쓰려고 하는 지금이겠죠..(고통 속에 홀로 남은) 그런데, 인선은 경선을 생각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 일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요.(또 다른 꿈 속 인지 모르겠지만요) 경하가 꾼 꿈은 함께 만들어 갈 무언가가 되겠구나 싶었지만, 쉽지 않은 것이겠죠.. 함께 하자고 인선은 말해주지만, 정말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우리도 읽으면서, 학살 당한 분들을 생각하며 무언가를 하는 것에 고민하고요. 그 고통을 나의 잣대로 함부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하고요. 또 이대로 한번 쯤 뭔가를 하고, 했다는 걸로 안위를 삼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내가 눈을 감는다. 이제 인선도 잃는가, 생각한 순간 조용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238, 한강 지음
손톱을 깊이 깎아서 상처가 날 때마다, 덜 아문 자리에 실수로 소금이 닿을 때마다 생각났다고 했어. 어둠 속에서 옴죽옴죽 엄마 손가락을 빨던 입이.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252, 한강 지음
불길이 번졌던 자리에 앉아 있구나, 나는 생각한다. 들보가 무너지고 재가 솟구치던 자리에 앉아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44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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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님의 문장 수집: "불길이 번졌던 자리에 앉아 있구나, 나는 생각한다. 들보가 무너지고 재가 솟구치던 자리에 앉아 있다."
인선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생존자였어요. 끔찍한 기억과 후유증을 갖고 계셨으니 인선은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네요. 마을이 무너질때 뒤를 돌아봐서 돌이 된 여자들. 인선과 경하가 그 여자들인것같습니다. 다 버리고 잊고 넘어가면 되는데 끝내 뒤돌아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21일과 22일은 2부 5장 낙하를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그 후로는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삼십사년동안. 인선위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풀이 한다. 삼십사년.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281,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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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10님의 문장 수집: "그 후로는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삼십사년동안. 인선위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풀이 한다. 삼십사년.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이편을 읽으며 계속 유태인대학살이 생각났어요. 무엇이 다른지 ,같은 민족이 아무 이유없는 학살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욱더 잔인하다고 느껴지네요.
내려가고 있다. 수면에서 굴절된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중력이 물의 부력을 이기는 임계 아래로.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67,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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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책님의 문장 수집: "내려가고 있다. 수면에서 굴절된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중력이 물의 부력을 이기는 임계 아래로."
사람들의 생명이 점점 옅어져 가던 그 날의 일을, 그래서 그들의 빛이 꺼져가는 순간을 목도한 느낌이 강하게 든 구절이었어요. 어찌할 새 없이 사그라든 수 많은 생명이 흔적도 없이 어딘가로 가라앉아버린 것 같은 아주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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