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D-29
아픔을 간직한 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포식자들에게 나약함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요. 눈처럼 너무나 가벼운 몸체를 가진 새를 통해 눈의 차가움을 견디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4장 인선의 집으로 가기 위해 경하는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는 폭설 때문인지 계속해서 오지 않는다. 경하는 노인과 낯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버스는 오고.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차람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09p., 한강 지음
눈과 새에 대한 묘사가 계속 나오네요. 너무나도 가볍지만 그것만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두 가지가. 그 곳 제주도에서 또는 인선의 영화 속 베트남에서 힘없이 스러져간 사람들에 대한 은유같아요.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09,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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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연님의 문장 수집: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이 문장을 읽으니 눈이 생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많아서 소중한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하나하나의 무게가 있고 따뜻하고 차갑고 외롭고 아름답고. 저는 이 장이 가장 좋았어요. 현실 속에 환상적인 광경에, 주인공이 느꼈을 추위와 불안이 너무 잘 그려졌습니다.
올리고 보니 같은 분과 뽑은 문장이 계속 겹치네요ㅎㅎㅎ
라아비현님의 대화: @모임 7일과 8일은 1부 4장 새를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9일과 10일은 1부 5장 남은 빛을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잠들고 싶다. 이 황홀 속에서 잠들고 싶다. 정말 잠들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새가 있어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38,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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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10님의 문장 수집: "잠들고 싶다. 이 황홀 속에서 잠들고 싶다. 정말 잠들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새가 있어"
4장과 5장을 읽으며 절박함과 힘듬 속에서 그래도 새가 있기에 포기하고 싶어도 아파도 그 순간 다시 한번 새에게 가기 위하는모습이 눈오는 밤의 고요함 그리고 그 아름다움 느낌과 함께 대비되면서도 , 뭔가 슬프게 아름다운 기분이 듭니다.
....칠십 년 전 이 섬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눈에 덮여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암탉과 병아리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닭장에 흙탕물이 무섭게 차오르고 반들거리는 황동 펌프에 빗줄기가 튕겨져 나왔을 때,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지금 내 몸에 떨어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36,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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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년 전 이 섬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눈에 덮여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암탉과 병아리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닭장에 흙탕물이 무섭게 차오르고 반들거리는 황동 펌프에 빗줄기가 튕겨져 나왔을 때,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지금 내 몸에 떨어지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36, 한강 지음
한 개인이 지나간 아픈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게 되는 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매번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서도 기억될 수 있는 지, 그래서 그 역사를 잊을 수 없는 지를 알 수 있었던 문장입니다.
율리안나J님의 문장 수집: "....칠십 년 전 이 섬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눈에 덮여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암탉과 병아리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닭장에 흙탕물이 무섭게 차오르고 반들거리는 황동 펌프에 빗줄기가 튕겨져 나왔을 때,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지금 내 몸에 떨어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
경하가 인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미끄러져 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동안 의식이 흐려지고 혹독한 추위에 감각이 무뎌지는 모습이 읽으면서 직접 느껴지는거 같았습니다. 직접적인 4.3사건의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눈을 매개로 그날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경하(이야기화자)와 인선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겠다 생각이 들지만, 뭔가 쉽지는 않습니다. 인선이 처음으로 이야기를 전해준 그 연말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경하는 그 자료를 읽고 도시 학살에 대한 책을 내고 그 꿈을 꾸고.. 인선과는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지만, 인선이 중산간마을로 간 이후, 조금은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고 했죠.. 경하는 그 나무 일을 같이 하자 했지만 이제는 하지 말자하고 있고, 그리고 다시 작별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고요. 그러다 경하를 생각하고 있던 인선이 사고를 당하고.. 그렇게 다시 연결되고 있어요.. 뭐랄까.. 고통에 대한 둘 사이의 운명적인 얽힘이랄까요. 경하는 어떤 길을 가게 될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11일과 12일은 1부 6장 나무를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 내 손에 묻은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33p., 한강 지음
덤불에 찔려 흐른 피와 섞인 그걸 패딩 코트 앞섶에 함부로 닦는다. 시고 끈적이는 눈물이 다시 솟아 상처에 엉긴다.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52p., 한강 지음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 경하는 계속 거리를 두려고하는것같아요.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고요. 거대한 비극을 마주할때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않을까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인데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니까요. 그 아픔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파헤치는게 작가님의 방식이라 읽기가 쉽지않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한장한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내고 감상을 쓰는게 오히려 먹먹한 감정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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