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D-29
편지글은 시간순으로 나열이 되어있어요. 제일 처음 등장한 편지는 버지니아 울프가 19세였을 때 쓴 편지이고 제일 마지막 글은 59세 때 썼네요. 한 인간의 40년에 걸친 생각의 변화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저는 책에서 제일 처음에 나온 편지글 21쪽 "나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할 거야" 를 읽어볼게요.
p.155 사물이 스스로 보이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
첫 번째 낭독글은 274p '아웃사이더가 우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골랐어요. 22일까진 일단 하나만 고르는 거 맞쥬?
맞겠쥬. ㅎㅎ
P28 살림과 글쓰기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315쪽의 '다시 돌아오기엔 내가 너무 멀리 가 버렸다고 느껴' 를 골랐습니다. 사실 이 편지랑 맨 마지막 레너드에게 보내는 편지를 고르는 건 일종의 반칙 아닌가 싶었는데...다른 분들 댓글 보니 아직 고른 분이 없으시기도 하고, 더 고민하다가 날짜 넘기기 전에 댓글 씁니다.
p.215 오직 여성들만 내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요
저는 레너드 울프에게 남기는 유서 <내가 당신의 삶을 낭비하고 있죠> p.319를 낭독하겠습니다. 책에서는 레너드에게 부담 주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그녀가 바네사(3월 23일)와 레너드(3월 28일)에게 마지막 편지인 유서를 남기고, 3월 28일 코트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운 채 스스로 우즈 강에 걸어 들어갔다고 나오더라고요. 평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깊어, 앞부분에서도 '죽음'과 관련된 편지가 있길래 찜해뒀었는데요. 유서를 읽는 순간, 이 편을 낭독하고 싶어졌습니다. 하마터면 @꼬모 님과 겹칠뻔했네요. 저도 두 편 중 고민했거든요. 자신의 병이 회복되지 못할 걸 알고, 배우자에게 자신의 존재가 짐인 것처럼 말하는 그녀의 문장들이 유독 아팠는데요. 저도 만약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살다가 병을 얻게 된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고르신 이유도 너무나 연해님처럼 애틋하네요~저 장면이 '디 아워스' 첫장면이었던 거 같은데 내용이 같은진 모르겠지만, 편지 남겨 놓고 외투에 돌 넣고 물에 들어갔던 거 같아요. 니콜 키드먼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편지내용을 내레이션하는데...(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요.) 전 남겨진 사람들 생각에 더 가슴아팠어요. 연해님 낭독하다 울면안돼~울면안돼~산타할아버지가...컥 (전혀 다른 얘기인데, 어제 조해진 작가님의 '단순한 진심'으로 독서모임하다 눈물바다가 돼서 갑자기...울면 안된다는 생각이...) 저도 @도리 님은 성함만 기억나요~ @연해 님은 성이 둘 중 하나인데 헷갈리고요 ㅎㅎ 러시아인들의 이름은....비정상회담에 나오신 일리야 씨가 쓴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에 이름이 왤케 복잡한지와 어떻게 달리 부르는지가 나오는데...그냥 전 러시아책 읽을 땐 맨 앞장은 책갈피로 꽂아 놓고 읽어요. 이름 헷갈릴 때마다 펼쳐 보려고요.
『디 아워스』를 보지 않았는데, @siouxsie 님이 묘사해 주신 문장 덕분에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찾아봤답니다. 꽤 오래된 영화인데 니콜 키드먼이 주인공이네요. 제목만 보고『디 아더스』라는 영화와 살짝 헷갈릴 뻔했다죠('디 아더스'는 무서웠습니다, 흑흑). 그러니까요. 제가 고른 편지가 아무래도 유서라, 읽다가 혼자 또 감정 북받쳐 올라가지고 울먹거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독서모임을 하다가 눈물바다가 되었다니... 뭔가 문장만 읽어도 제가 다 울컥하네요. 부디 이번 그믐밤, 달밤에 낭독은 눈물의 낭독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또륵) 맨 앞장에 책갈피를 꽂아 놓고 읽으시는군요! 저도 고전 읽을 때마다 앞장에 있는 인물소개를 워낙 들락날락(?)해가지고 나중에는 책이 너덜너덜 해지더라고요. 수지님 말씀에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됩니다. 저는 저의 기억력을 한탄했거든요. 다시 읽을 때마다 인물들 이름이 다 리셋돼서, 또다시 앞장을 들춰보고. 고전을 읽을 때 유독 심해서 스스로를 되게 한심하다 여기면서 읽곤 했는데... 러시아 이름은 헷갈리는 게 맞았어!! (당당) 근데 이번 책도 버지니아 울프가 여러 명에게 편지를 보내잖아요.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각주에 설명을 읽으며 끄덕끄덕하는데, 뒤에 또 등장하면 다시 또 앞을 찾아보고, 찾아보고... 이름을 외우지 못 하는 제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며 완독하긴 했더랬습니다(허허). 생각해보니 러시아만의 문제는 아니었네요(제 문제인 걸로).
디 아더스2차 대전이 막 끝난 1945년, 영국 해안의 외딴 저택.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독실한 천주교도 그레이스(니콜 키드먼)와 빛에 노출되면 안되는 희귀병을 가진 두 아이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예전에 이 저택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세 명의 하인들이 들어오게 된다. 그레이스는 두 아이를 빛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커튼은 항상 쳐져 있어야 하고, 문은 항상 잠겨있어야 한다는 '절대 규칙'을 하인들에게 가르친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저택에는 기괴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피아노가 갑자기 연주된다. 또한 딸 앤은 이상한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이 집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반복한다. 신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 강한 그레이스는 그런 딸의 말을 인정하지 않지만 두려움은 점점 그 무게를 더해만 간다. 마침내 그레이스는 그들을 위협하는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울면 노래하고 춤추는 걸로!! ㅎㅎ 울면 좀 어때요. 기대해요. 연해 님의 눙물
하핫, 감사합니다. @siouxsie 님:) 이러다가 수지님 덕분에 그날 모임에서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낭독하다가 웃참 실패... 요렇게? 울다가 웃다가 즐거운 모임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이제 일주일 남았어요, 꺄아! (그리고 그날 하필 야근을 했다고 한다...)
10월 31일에는 이마에 '야근금지' 스티커 붙이고 일하세요~ 근데 진짜 일주일밖에 안 남았네요. 전 3주 정도 남았다고 버지니아 울프 책도 좀 읽을까?하고 있었는데...
하하. 월말이라 살짝 걱정스러운데, 그래야 할까 싶어요. 부디 당일날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업무 세팅을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장에 정작 <디 아워스>가 없어서 꽂아 놓고 갑니다.~~ 이름이 비슷한 이 두 작품 모두 니콜 키드먼이 등장하는군요.
디 아워스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의 어느 하루.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분)는 오늘도 집필 중인 소설 과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그녀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 레나드의 보호를 받으며 언니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앞둔 버지니아는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런던행 기차역으로 간다. 그러나 급하게 그녀를 쫓아온 남편과 팔짱을 끼고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잠시동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은 채 기차표를 품 안에 고이 간직하고서... 1951년 미국 LA의 어느 하루.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에 빠져있는 로라(줄리안 무어 분). 둘째를 임신한 채 세살난 아들 리차드와 함께 남편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오늘은 어제와 다를바 없이 평온하다. 오늘도 남편은 그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일날 아침을 손수 차린다. 아들 리차드와 함께 남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던 로라는 갑자기 자신의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아들을 맡겨놓은 채 무작정 집을 나선다. 호텔방에 누워 자살을 생각하던 그녀. 그러나 다시 부랴부랴 남편과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만든다. 둘째를 낳은 후엔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고 다짐하면서. 2001년 미국 뉴욕의 어느 하루.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출판 편집자인 클래리사(메릴 스트립 분). 그녀는 지금 옛애인인 리차드(에드 해리스 분)의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 로라(줄리안 무어)에 대한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온 리차드는 지금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꽃도 사고 음식도 준비하고 파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클래리사는 리차드를 찾아가지만, 그는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클래리사가 보는 눈 앞에서 5층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마는데.
전 여기서 니콜 키드먼이 얼굴 분장한 것도 분장한 건데, 목소리까지 연기를 잘해서 버지니아 울프 목소리가 진짜 저랬나 싶을 정도였어요. 원래는 목소리도 높고 예쁘고 노래도 잘하는데 여기선 허스키한 걸걸한 목소리가 훨씬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연해 @siouxsie 아니 다들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잘 하시죠.... 저는 연해님과 수지님 닉네임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ㅜㅜㅋㅋㅋㅋㅋㅋㅋ 변명을 하자면 다른 오프라인 독서 모임에서는 제가 본명을 안 밝히는데요. 안동은 지방 지역 특성상 너무 좁고 다 건너 건너 알 수 있어서 부담스럽더라고요. 책 이야기를 할 때는 더 다양하고 불온하더라도 여러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데, 자꾸 검열하고 아무 말도 못하게 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닉네임으로 장치를 만들어뒀습니다. (신형철 평론가님의 '인생의 역사'에서 나오는 분인에 대한 글을 제가 좋아하는데요. 저의 여러 분인 중 '도리'라는 분인!) 다른 분들을 대할 때도 닉네임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고 대하는데 이래서 들어도 기억을 못하는 건 아닐까 변명 남겨봅니다. 끌끌. 비맥클럽에서 제 닉네임에 대해 설명할 때 본명 밝히는 걸 고민한다고 멈칫하느라 잠시 마가 떴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믐에서는 본명으로도 괜찮겠다 싶어서 밝혔는데 이렇게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아, 그리고 성은 모르시는 게 당연한 게 제가 성은 안 말했어요! 이유는 그냥 성 뺀 제 이름이 좋아서요!
그쵸? 성은 얘기 안 하셨던 거 같다 생각했지만, 제 기억력을 제가 못 믿어서...게다가 성함이 특이한데 교과과정 이름에 널리 퍼져 있어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워서 곤란하실 수도 있겠단 생각도 했어요.(이거슨 스포?) 전 너무 흔한 이름이라 제 이름이 너무 좋거든요. 근데 아이 이름은 온 동네 사람들이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 이름으로 짓고..... 에미의 작은 (미리하는) 복수닷 아....곧 또 만나다니...떨려유
엇! 저는 '분인'이라는 단어를 도리님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저의 여러 분인에 대해서도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도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가면 닉네임으로만 소개할 때도 있고, 본명을 밝힐 때도 있고 다양한데요. 이것 또한 모임의 분위기나 제 마음(ㅋㅋ)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마음의 크기일 수도 있고요. 그믐에서는 본명으로도 괜찮겠다 싶어서 밝히셨다는 도리님 말씀처럼, 저 또한 비맥북클럽에서는 제 실명을 밝히는 게 좋았답니다. 그날 모임을 계속 기다려왔고, 비대면 모임에서 내적 친밀감이 차근차근 쌓아왔던 터라 다들 보고 싶기도 했으니까요.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는 도리님도, 도리님의 본명도 다 좋았답니다:)
제가 사랑하는 또 한 분의 작가인 히라노 게이치로 님이 만든 말인 걸로 알고 있어요(아님 어쩌죠?!). 저도 신형철 평론가님 책 읽고, '나란 무엇인가'를 샀지만.....산 지 몇 년 됐는데.....아직도..... 전 페르소나라고 생각했는데, 페르소나는 상황에 따라 쓰는 가면이라면 '분인'은 또 다른 '나'의 여러 모습이라고 했던 거 같아요. 몰라몰라~~(사실 히라노 게이치로 님 얘기가 하고 싶어 사심 담아 올린 댓글이에요 ㅎㅎ)
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일본 현대소설의 새로운 아이콘이자 <결괴>, <일식>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나란 무엇인가>.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에 품고 있거나 고민해본 적이 있는 자아에 관한 문제를 담담하면서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철학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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