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D-29
아쉽게도 그믐 앱이 없답니다. T.T 그런데 일반 웹사이트도 홈 화면에 바로가기로 뽑아놓으면 앱처럼 작은 아이콘이 생겨 쓸 수 있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사용하고 있어요. 얼른 돈을 벌어 앱을 만들겠습니...
3기째 참여하면서 혼자 읽고 기억도 못하는 책 읽기와 다르게 추억을 쌓아간다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연극을 보고 깊게 얘기하고 또 쌓아가는 지식과 함께 즐거운 맥주 뒷풀이도 너무 좋습니다. 4기도 꼭 참여하겠습니다. ^^
*앗, 글쓰기 방에 메모로 남긴 후기를 여기 올려 봅니다. (이렇게 올려도 되나요?) 저는... 이랬습니다. ㅎㅎ 그리고 <백치>는 너무나 기대하고 있어요. 다시 만나는 도스토옙스키라니! 뭔가 눈물겹고 그렇습니다. ㅠ <죄와 벌>의 그 밤이 다시 떠오르면서요 ** 일요일, 정동극장은 오랜만이었다. 운치있는 계절에 찾은 아름다운 극장을 충분히 즐기고 싶었는데, 여러 일정이 겹쳐 시작 3분전에 슬라이딩 하듯 극장에 들어섰다. 땀을 닦고 숨을 돌린 후 연극이 시작되서 다행이었다. 극장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며 길을 만든 무대 구성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연극에서 드레서는 주연배우의 의상과 소품, 그리고 약간의 안위를 챙기는, 한마디로 업무적 감정적 뒤치닥거리를 떠안는 직업이었다. 유럽 극단들은 중심 배우들이 있으니 아마 오늘날의 코디나 매니저 같은 역할을 겸한 직업이었던 것 같다. 2차 대전이 한참이던 영국의 한 극단, 16년간 극단의 원로격인 '선생님'의 드레서 역할을 한 먼로와 역시 배우인 선생님의 부인, 무대감독, 중견배우 제프리와 젊은 배우이자 희곡작가 지망생인 옥슨비까지 좌충우돌하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공연을 해 내는 이야기다. 스포가 될 결말은 제외하고도, '좌충우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야기엔 꽤 많은 것이 얽혀 있다. 2015년에 개봉한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를 어렵게 보았다. 희곡을 보는 것보다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영화 속 선생님은 독재자 그 자체였다. 극단을 이끌어가는 중심으로 권위가 주어지지만 노욕과 이기심의 끝을 보여준다. 부당하기도 하고 탐욕스럽기도 한 그의 행동에도, 어쨌든 극단의 존속에 선생님은 핵심이다. 전쟁중에도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선생님이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연극의 무대 뒷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요소에 연극은 이런 아이러니를 덧붙이는 것에는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선생님과 연극의 진솔한 양면을 가장 많이 보았을 지도 모를 드레서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아마 오래 종사한 일터에서 느끼는 우리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 부속품으로 낡고 닳아져 이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지만 조직과 시스템에서 나는 그런 존재였을 뿐이다. 회사건 연극이건 찬사는 가시적 상품을 보여주는 배우에게 집중된다. 알콜중독에 가까운 찌질한 노먼은 선생님에게 끝까지 있으나마나한 그런 존재였다는 사실에 격분하지만, 일터에서의 우리는 늘 그런 존재니까. 연극은 영화와 달랐다. '송승환'이라는 대원로 '선생님'과 인기배우 '오만석'이 만난 국립정동극장 무대에서, 이들이 보여주려던 '더 드레서'의 함의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시력을 거의 잃은 원로 대배우에 대한 찬사인가 -그렇다면 왜 <리어왕>이? 그저 셰익스피어의 명작이니까?- 모두의 사랑을 받은, 약간은 거만한 원로 배우의 행복한 마지막에 대한 연극인가. 잡히지 않고 계속 미끄러지던 연극의 장면들이 무엇때문이었을지 생각해 본다. 작품 <더 드레서>의 함의는, 살아있는 '대배우' 선생님이 연기한 '<더 드레서> - 서울'에서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희곡의 겉면만 맛보며 정수는 (일부러) 건드리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함이 있었다. 송승환 배우와 오만석 배우의 발성과 연기는 멋졌고, 무대도 극장도 좋았다. 그래도 좀 더 깊이 들어갔다면 좋았을텐데. 인기 배우들로 산뜻하게 공연하기엔 무리였던 작품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희곡을 한번 읽어봐야 겠다. 영화의 느낌도 어쩌면 다른 해석의 일부일 수도 있으니까. 함께 관람하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작품을 깊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연극관람을 함께 하는 것은 꽤 부담인데, 그믐 연뮤클럽 분들은 정말, 모든 극을 함께 보고 싶을 정도다! 관람 후 나누는 이야기는 함께 본 작품에서 문학, 문화와 사회, 역사에서 다시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상한..... 기기묘묘한 매력이 있는 그런 자리였다. 연말, 다시 돌아올 도스토옙스키도 너무 기대 된다! <백치>라니, 세상에!
연극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는 노먼 중심으로 후기 남겨봐요. 연극 『더 드레서』 후기 내내 노먼을 의심했습니다. 무대의 주인공은 ‘선생님’이었지만 결국 그 무대를 만드는 것은 ‘노먼’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대사조차 헷갈리는 리어왕을 무대로 내보낸 것은 그이기 때문입니다. 연출가와 부인, 심지어는 스스로조차도 의심하는 무대를 끝까지 놓지 않고 이어가게 한 것은 ‘노먼’이었고 그것이 단지 ‘직업’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독백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무대를 계속하기 위해서 ‘쉴 수 없는 리어왕’을 만든 것이 아닌가 했던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알고 보니 노먼이 인격에 문제가 있는 배후 조정자라던가, 선생님이 뒤늦게 노먼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한다던가 그런 결말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그냥 불쑥 떠납니다. 그에게 노먼은 또 다른 ‘나’ 정도의 일체감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감사의 언급을 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노먼의 헌신과 노력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만약 후자라면 책 속의 ‘리어’와 ‘글로스터’와는 달리 끝까지 자신을 사랑하는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셈이네요. 노먼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요.
노먼이 받아낸 16년의 세월에 좀 화가 났었습니다. 금요일에 티비 채널을 돌리다 옷가게 사장과 직원이 처음 몇년은 형 동생하는 관계이다 수년쯤 지나 사장이 뺨을 때리기 시작하더니 폭언과 폭행이 시작되었고, 다리미로 지지거나 야구배트로 맞은 흉터를 보여주며 결국 제보까지 하게되고 노동청에 신고를 하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폭력에 순응하고 당연시하게 될수록 상대는 더 폭력적이 되는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연극을 보는 내내 재밌고 어이없어 웃기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너무 잔인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기주의자로 행복하게 죽다니 정말 주변의 희생으로 천국을 살다간 삶이네요.
저는 처음엔 작품 속에 <리어 왕>도 나오고 해서 나이듦과 쓸쓸함에 관한 작품인가 했어요. 그러다 연극이 시작되는데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취소 없이 극을 올리는 멋진 극단의 이야기 같더라고요. show must go on!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위로하는 어느 노배우의 여정을 통해 예술의 위대함을 전달하려는구나 했죠. "버텨 내, 견뎌 내." 라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기도 했고 '선생님'이 좀 까칠하긴 하지만 나름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느낌인데, 다른 분들이 들려주신 감상들로 대충격을 받았어요. 역시 책만 같이 읽는 게 아니라 연극도 함께 보면 훨씬 풍성해지는군요.
첫 대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외워버렸습니다. 책에서 찾아보았어요. "프랑스 왕과 버건디 공을 들라 하라."
<리어 왕>을 읽고 연극을 봐서 참 좋았습니다. 극중에 <리어 왕>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친숙했고 기억이 나서 재미가 배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더 드레서> 나중에 보실 분들은 <리어 왕> 미리 읽어두시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엇! 이 대사를 퀴즈로 내려 했는데 바꿔야겠네요 ^^;;;
앗, 질문도 없이 답을 맞췄네요. 선물 주세요! (뻔빤) 이렇게 내 안의 '선생님'이 커져 갑니다.
서서서...선물요? 옥슨비처럼 "싫습니다!"리고 말해야 할까요? ㅋㅋ 다음 퀴즈 맞추시면 드리겠습니다~! ^^
셰익스피어 여러 극의 대사들을 듣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ㅋㅋㅋ 송승환님 능청 까칠 치사 ㅋㅋㅋ 연기 다 좋더라구요!
아, 그 부분 웃겼어요. 4대 비극이 한 자리에 ㅋㅋ
저도 지난주에 홀로 공연 관람하고 왔습니다^^ 저는 김다현님의 노먼이었어요. <더 드레서>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보러 갔는데, 진짜 재미있었어요~ 장르가 코미디인 줄은 전혀 몰랐던..ㅎㅎ 리어왕 관련이라 심각할거라고만 생각해버렸네요. 나중에 유튜브에서 영화도 봐야겠어요. 소설 속의 리어왕은 어리석은 왕이었죠. 두 딸에게 왕국을 나눠주고도 본인의 권력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래도 몇몇 신하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존경받는 왕이었어요. 그렇기에 켄트는 끝까지 리어왕 옆에 있언던 것이고요. <더 드레서>의 멧지와 노먼도 마치 켄트 같아요. 둘 다 '덧 없는 희망'이라는 병에 걸린 채 '선생님'의 곁을 지키죠. '선생님'은 셰익스피어 극단의 왕이에요. 폭탄이 떨어지고, 본인의 건강이 안좋은 와중에도 227번째 리어왕 연극을 무대에 올리죠. 연극 속 연극도 무척 재미있었어요. 제프리의 광대는 제 상상 속 광대와는 너무 달랐지만요^^ <리어왕> 극을 무사히 끝내고 커튼콜에서의 선생님의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한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도 배우들은 목숨을 걸고 무대에 올라간다는 이야기였어요. ( 대사가 전부 기억나진 않아서ㅎ) 연극을 화려하게 끝내고 무대 뒤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배우라니. 그에겐 최고의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반면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 노먼에게는 최악의 마지막이었죠. 사람들에게 배우로서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랐던 선생님과, 16년을 헌신했지만 결국 기억 한 줄 남겨지지 않은 노먼. 과연 자서전이 마지막까지 쓰여졌다면 노먼의 이름이 나왔을까요? 냉정한 직장인의 마인드로 역시 직장은 직장일 뿐이네요ㅎㅎ
다른 날 관극의 후기는 어쩐지 또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혹시 그날의 광대는 송영재 배우님이었을까요? 김다현 배우님의 노먼은 비굴했나요 아니면 속악했나요? 궁금합니다~~~
제가 본 광대는 유병훈 제프리님이셨어요~ 광대옷을 입은 몸매가 매우 귀여우셨죠^^ 대타로 뛰게 된 광대역이었지만, 뒤늦게 꿈을 이룬 것을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김다현님의 노먼은, 매우 잘생긴 얼굴로 비굴했어요ㅋㅋㅋㅋ"버티고 살아남는다"는 선생님의 신조는 노먼이 더 붙들고 있는 말 같았어요. 선생님 수발이 얼마나 힘들면 알콜중독이 되었을까요ㅠ
오만석 배우님의 노먼이 뇌리에 박혀서 다른 배우님이 상상이 안 되요. 김다헌 배우님의 노먼도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니 작품 내내 힘들다고 했던 선생님에 비해 군소리 한번 없던 노먼도 알콜중독으로 많이 아픈 사람이었네요.
오만석님의 노먼도 매우 궁금하네요. 오만석님 연기야 명불허전이니~ 선생님과의 티키타카가 김다현님과는 다른 맛으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Dalmoon 님 인스타 DM 확인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
오만석 노먼님이 너무 잘생겨서 극의 흐름을 방해했습니다 정말입니다 ㅋㅋ 노먼이 알콜중독 및 지질하게 보여야 하는데 거의 그렇지 않았어요 김다현 노먼님도 그러셨을 듯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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