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시는 분들에겐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거 같아요. 재능과 노력(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보지만)이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맨날 사람들과 즐겁고 화목하게만 지내면,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진주'가 탄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매번 모든 글에 코멘트나 응원을 남겨 드리진 못하지만 항상 지켜보고(스토커다!!) 있다는 거 기억해 주세요~마음은 옆에 가서 치어리딩이라고 해 드리고 싶다는 거!!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고통 하면 자꾸 버지니아 울프와 니체가 떠올라서 괴롭습니다. 그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기에...
[📕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siouxsie
연해
'혼자 있기로 결심한 기간은 독 성분이 섞인 약 같았다'는 말씀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자신을 믿는 사람만 그 기간을 버틸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독에 진다'는 말씀에도요. 지난해에 그 독에 완패하셨다니, 이 또한 몰랐던 사실인데요. 제가 다 속상합니다. 작가님 근데 혹시 가파도? (죄송합니다)
@김하율 작가님도 공감해 주셨는데,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이걸 도리스 레싱의《19호실로 가다》라는 소설을 바탕 삼아, 모두에게 자신만의 19호실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편인데요. 꼭 필요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19호실에 있을 것인가? 라고 물어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혼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온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혼자가 좋은지, 둘이 좋은지, 그 이상이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게 어쩌면 저에게 독일 수도, 약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30살에 처음 독립했는데요. 그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면 어쩌나'였어요. 가족들과 붙어살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했지만, 막상 혼자 살아봤는데,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면?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실제로 제 지인들 중에는 막상 독립하고 혼자 살아보니 외로워서 부모님께 돌아가거나 결혼(?)을 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거든요(아니면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거나...).
근데 저는 막상 혼자 살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나게 잘 사는 거예요. 이러다 평생 혼자만 살고 싶어지면 어쩌나 싶을 만큼이요. 다만 이렇게 혼자만 있다가는 말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회사에서도 제 업무 특성상 굳이 말을 많이 보탤 필요가 없어서요). 혼자 여행 갈 때도 며칠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음식을 주문하는 것 정도만 하고), 그러다 오랜만에 소리 내어 말을 하면, 그게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는 거예요. 어눌하다고 해야 하나? 뭐 여하튼, 글이 또 한없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저에게는 이런 시기들이 독소를 빼주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관계디톡스+스스로를 단련시키기?
근데 확실히 혼자 있으면, 제 스스로를 더 지독하게 다그치는 것 같기는 해요.
늘어져있는 저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빨강말랑
그런 어긋남을 저는 성장이라던가, 나이듦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장맥주
아,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하느리
와, 정말 멋진 표현이에요!
밍묭
저는 요새 유행하는 것들을 잘 몰라요. 식당 어디가 맛집인지, 어떤 드라마가 화제인지, 어떤 카페가 인기인지 등...
약속도 그저 친구들이 나오라고 할 때만 잡는 편이고, 소셜미디어 게정도 없어요ㅎㅎ
뒤쳐짐으로부터 나오는 단점도 있겠지만, 저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여유를 가질 수 있더라고요.
장맥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알 필요 없는 정보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는 세상 아닌가 싶어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막연한 개념의 내용물을 채워야 할 때인데, 쓸데없는 정보들을 멀리 하는 기술이 반드시 그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선경서재
[10/14 8-2] 어긋남의 세계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이라... 내 생에 어두운 순간에서 도피를 위한 독서를 시작할 때 그 끝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독서도 싸이클이 있다면 나에게 그 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늘 안절부절 하는 불안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내부의 에너지로 어느새 빛으로 환한 길 한가운데 있곤 했다. 지금처럼.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 10/14 여덟 번째 질문의 세 번째 질문_ 김하율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혜정은 수혁에게 미셸 깽의 <처절한 정원>을 빌려줬는데 그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이 나옵니다. 저도 이해가 됐는데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품은 그 책의 물성마저 소중해서 보편적 책에서 개별적인 나만의 '책'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그런 작품이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인데요. 초판본을 아주 오랫동안 읽었고 몇몇에게 빌려주고 다시 받고를 했으니 아주 낡은책이 되었어요. 작년에 부커상 후보가 되면서 리커버해서 나온 책을 제 후배가 선물을 해줘서 갖고 있는데 초판본의 그 아우라가 안 느껴지더군요. 다른 분들도 이렇게 물성마저 소중한 한 권의 책이 있는지 궁 금합니다.
아린
왠만해선 책 안빌려 줍니다...
책 구겨지는 것도 접히는 것도 띠지 찢어지는 것도 싫어하는 데..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몇권 빌려갔거든요..코로나 전에..아직도 안 주고 있습니다 ㅠㅠ....
김혜나
책 빌려가서 안 돌려준 사람들 평생 잊히질 않습니다ㅠㅠ
물고기먹이
저는 아직 물성마저 소중한 한 권의 책이라는 느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못 읽어 본 책들이 집에 켜켜이 쌓여있어서 읽어보면서 찾아봐야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소중한 한권 한권들도 다이어리에 적어봐야겠어요!
집에 리커버 판 <고래>책이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라고 알고있었는데
저는 첫 세줄을 읽고 정신줄을 놓을 뻔 했습니다.
거지여자한테서 7kg의 아이를 낳았다는 설정부터가 이해가 되지않아서 뒤로 못넘기고 있었는데
김하율 작가님의 물성마저 소중한 책이라고 하시니 힘내서 완독해보고 싶은 마음에 댓글을 남겨봅니다!
11p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고래-
마음에 들었던 구절 하나 놓고갑니다! 슝슝슝=333
하느리
저는 정한아 작가님의 '달의 바다'라는 작품이요.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때마다 이 책을 읽어요. 읽을 때마다 우는 건 덤이랍니다.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리커버 판도 샀어요. 리커버 판 표지는 요즘 스타일에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이상하게 구판에만 손이 가요. 왠지 구판은 치열했던 제 이십 대 시절을 알고 있는 것 같거든요.
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2007년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당선작. 입사시험에 번번이 낙방해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일상과, 우주비행사로서의 일과를 들려주는 고모의 편지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간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안정된 문체가 돋보이며, 무엇보다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긍정'과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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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달의바다 기존 버전 표지가 참 예쁘죠~ 저도 대학생 때 무척 좋아하며 읽은 기억이 납니다. 리커버판도 있는데 표지는 조금 아쉽지만 내용은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정말 좋았어요^^
장맥 주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저도 구판으로 읽었네요. 리커버판이 나온 줄 몰랐습니다. ^^
임지훈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와 한강의 검은 사슴이 그렇습니다...
두 권 다 그렇게 제 손을 영영 떠났다는 것마저 그렇구요 ㅠㅠ
고등학교를 남녀 분반인 학교에서 다녔었는데, 한 친구가 야자 시간에 심심하다고 해서 해변의 카프카를 빌려줬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반의 친구들이 야설이라고 돌려 읽고 있더라구요. 그러다 누군가 수업시간에 선생 님에게 걸려 압수당하는 바람에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검은 사슴은 대학에서 친한 친구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친구 자취 방에 놀러 온 친구가 또 빌려가고, 다른 친구가 또 빌려가고, 그렇게 영영 제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 대체 왜 남의 책을 빌려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땐 그냥 쿨한 척 하느라 '그럴 수 있지 뭐' 하고 넘겼는데, 두고두고 속상하더구요. 아마 그런 경험하신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ㅠ
물고기먹이
이런 경험을 통해서 책은 친한녀석에게도 빌려주는게 아니구나~라는걸 다시한번 가슴에 새기게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감동적이게 읽은 책이 지금 6층 아지매에게 가서 돌아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일산에 살고있는 동생네에는 돌아오지않는 책을 직접 집에가서 가져오기도 했어요 ㅋㅋㅋㅋ
임지훈
맞아요. 의외로 사람들이 '책' 소중한 줄을 몰라요 ㅠㅠ 다른 물건 소중한 줄은 알면서...
장맥주
해변의 카프카가 야한 장면이 뭐 있었던가요... 1980년대에 학교를 다니신 건가요...
siouxsie
그러게요...해변에서 카프카에서....10대 소년과 묘령의 여인이 갖는 잠자리 말씀이신가요?
가스파 노아 감독님의 '러브'를 추천합니다. (책꽂기 하려는데, 검색이...)
전 피트니스에서 보다가 얼른 끄고 회사 탕비실에 혼자 있을 때만 봤습니다. 보신 분들은 그 영화의 주제를 알려 주시면...좋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놓친 사랑을 그리워 하는 것을 빙자한 '성관계'가 주제인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컥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꽤 괜찮은 영화였지만...이 영화도....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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