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제가 읽은 가장 야한 텍스트 중 하나는 금병매였습니다. 문득 생각나서 써봅니다. ^^
저는 책을 한번 빌려줬다가 책이 조금씩 생채기가 난 후로 책 잘 안빌려줍니다..ㅎ 저는 책을 빌려주는 대신 책을 추천해줘요 ㅋㅋㅋ (ex. 이 책 재밌으니까 한번 빌리거나 사서 읽어 봐)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전자책의 좋은 점입니다. 책 빌려 달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
어? 저는 빌려주는데요. ㅎㅎㅎ 다들 전자책 읽고 나면 글씨 크기 조절되고, 검색기능 있다고 엄청 좋아합니다.
어? 전자책도 빌려줄 수 있나요? 뷰어 기기 자체를 빌려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휴대폰으로 봅니다~.) 보통 책을 빌려줄 때 제가 들고 다니는 책을 상대가 보고, 그 책 어떠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빌려주게 되잖아요. 근데 제가 읽는 책이 뭔지 상대가 알 수 없어서 그 책에 관한 대화를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
맞아요. 기기를 빌려 드립니다. 독서모임 멤버들이 책을 못 구할 경우에 빌려줘요. 전 핸드폰으로 보고요. 제가 보통 회사로 책 주문을 많이 하는데, 아무도 제가 주문하는 책에 관심이 없어요. 심지어 바빠서(일 때문 아님. 그믐에 글쓰느라) 택배 포장만 뜯어서 의도적으로 제 뒤에 있는 테이블에 늘어놓는데도 눈길도 안 주고요. ㅜ.ㅜ 그래도 얼마 전엔 @김하율 작가님의 '어쩌다 노산'이 정말 재미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없을 것 같아 일본인 직장동료에게 소개했는데, 재미있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좋더라고요.
꽤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이 모임 안에서 책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아끼시는 분들의 일화를 많이 읽어서 더 그랬어요. 앞서 말했지만 저는 보통 책을 읽을 때, 물성보다는 그 책을 읽고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볼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물성마저 소중한 한 권의 책'은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죠. 작년에 만난 책입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이 좋았었다기보다는 이 책과의 추억 때문에 더 소중해진 것 같은데요. 제 서재 '인생책'탭에도 넣어둔 김혜진 작가님의『완벽한 케이크의 맛』입니다. 호흡이 짧은 소설집인데 '관계'라는 공통의 주제를 갖고 있어요. 저는 이 책의 표제작을 읽으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고, 실천을 했습니다. 덕분에 무언가를 이뤘고요(요건 비밀로 해둘게요). 그때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용기 내지 못 했을 일이었거든요. 이번에 이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되레 이 책을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성 그 자체로요.
완벽한 케이크의 맛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담담한 문장과 끈질긴 시선으로 그려온 김혜진 작가의 짧은 소설집. 여덟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짧은 소설집이다. 열네 편의 짧은 소설들을 통해 익숙한 듯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물성에 대한 글을 쓰다가, 전에 메모해뒀던 인터뷰 내용도 하나 떠올랐는데요. 1인 출판사인 '헤이북스' 대표님의 '종이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글이에요. 따님과 종종 서점을 가곤 하는데, 서점을 다녀와서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너무 좋더라고요. “엄마, 나는 이 보슬보슬한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참 좋아요. 책장을 앞뒤로 넘길 때 나는 팔락거리는 소리도 좋고. 이젠 필기도 태블릿으로 하니 종이 손맛을 느끼는 게 정말 귀해졌어요.” “엄마는 네가 차 안에 탄 순간부터 나는 냄새가 너무 좋다. 책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 같기도 하고 잉크 냄새 같기도 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참 좋네.” 따님은 이걸 '서점 향기'라고도 표현하더군요.
서점 향기라니 너무 좋네요... 책의 물성이라는게..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만 느낄수 있는 그 공감각적인 그 형태의 그 느낌...사실 저는 그게 좋거든요. 그냥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 사이를 돌아다니는 나 자신이 좋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북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종이책만의 고유한 감각이 좋아요. 종이책은 책읽는 느낌이고 이북은 문서를 읽는 느낌에 좀더 가까운 거 같아요. 그래도 이북은 편의성 때문에 짬짬이 읽을 수 있어서 좋고요. 책 읽는건 그냥 좋은거 같아요~
뭐든 책이랑 관련되면 전 다 좋아요! 강동원 보다 브래드 피트 보다 더 좋아요! 왜일까요... @연해@아린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책이 좋다'는 고백이시군요. 마지막 문장이 너무 와닿았어요. 저도 같은 마음이랍니다. 서가를 거닐다 보면 오래된 종이의 묵직한 향기가 참 좋죠.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서점은 서점대로 다 저마다의 향기가 있더라고요. 작은 서점에 가면 그 서점에서만 나는 특유의 향기가 또 있고요. 종이책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의 질감을 감각하는 게 좋고, 전자책은 작은 무게에 여러 권의 책을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siouxsie 님과 @아린 님 말씀처럼 책책책, 책이면 저도 다 좋아요:)
갑자기 책 향기 하니 제가 15년 전쯤에 '책향기 마을'에 살았어요. 근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 듣더라고요. 책향기가 '채컁기'로 들리잖아요. 그래서 꼭 띄어서 책~향기로 알려줬는데 누군가가... "아~ 북 스멜"이래서 한참 웃었어요.
제가 버지니아 울프방에도 써 놨지만, 책 한권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밥 먹을 때도 아이가 밥풀을 밥그릇에 다 묻혀 놓고, 다 먹었다고 하면 전 물을 숟가락에 묻혀서 밥풀이 그릇에 눌러 붙지 않게 다 긁어 한 숟가락 만들어서 아들 입에 넣어 줍니다. "이 쌀을 수확하시고, 포장하시고, 판매하신 분들, 사서 깨끗하게 씻어서 정성스럽게 밥 지어주신 할머니까지..(엄마 아니고?응?) 니가 이 밥을 함부로 남길 이유가 없다."고 엄하게 말합니다. 물론 엄만 밥풀 가지고 이상한 소리한다며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 남편도 가끔 그러는데 째려 보면 알아서 싹싹 긁어 먹더라고요. 물건이라고,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고 함부로 대하는 건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해요(실례한 사람들!). 성의없이 만들어진 물건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고요.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게 살피고, 아끼시는 마음이 정말 멋지세요. 독서모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말씀도 그랬고요. 단순히 "깨끗이 긁어 먹어라"고 말할 법도 한데, 밥을 남기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모습에서 저 또한 많은 걸 배워가요. 비록 아드님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셨지만(허허허) 흘려가듯 들어도 언젠가 또 기억날 거라 믿어요. 저의 10살 친구랑도 가끔 대화하다 귀담아듣지 않았던 말은 기억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을 때 보면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성의 없이 만들어진 물건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는 말씀도 정말 공감합니다. '성의'라는 단어처럼, 저도 '정성'과 '진심'이라는 단어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책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여담이지만, 버지니아 울프방에서 @siouxsie 님의 낭독 목소리를 들을 걸 생각하니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꺄아).
아~근데 아시잖아요. ㅎㅎ 저흰 콩과 고질라라 그렇게 차근차근 아름다운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어요. 항상 '철권'재질 가족입니다. (예전에 게임 박람회 가서 철권하자고 해서 제가 아들 캐릭터 엄청 두드려 팼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아무거나 막 누르면 이기더라고요. 지금도 속이 터질 때마다 그때 얘기 꺼내서 놀립니다.) 10살들 기억력 좋죠~아직 저장공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전 하드디스크는 용량초과라 USB 꽂았다 뺐다 해야 할 정도지만...
하하, 콩과 고질라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회자되는 저의 웃음 버튼이에요. 철권 재질이셨군요. 두 분의 케미를 잔잔히 건너 들으며, 10살 친구의 모습을 혼자 상상해 보기도 한답니다. 게임 박람회에서 사리사욕(?)을 채우셨을 @siouxsie 님의 모습도 가만히 상상해보고요ㅋㅋㅋ 저장공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기억력에 대한 집요함(?)도 살짝(아니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기억력이란 건 한계가 있다보니 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뇌가 과부하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온전히 기억하고 싶은 이상한 고집을 부리더라고요. 심지어 요즘 들어 부쩍 이 증상이 심해진다 느껴요.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제 욕심인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 그래서 오히려 그걸 덜어내려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되네요. 어렵습니다. 제 하드디스크가 꽉꽉 차고 있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은 것 같기도 하고요(발버둥이랄까). 아니 근데, 오늘이 모임 마지막 날인데, 저는 왜 이런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 이것도 다 제 욕심인가 봅니다.
제 손에 들어온 소장 책은 모두 소중해서… 😅 책무덤에 쌓여 있는데 어쩌죠 ㅎㅎ 아예 책을 선물로 준 적은 있어도 빌려주진 않아요. 남의 손 타는 거 싫어서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잘 해요)
[10/14 8-3] 물성마저 소중한 책이라... 책이 쌓이면 버리거나 팔거나 해서 오래도록 소장하고 있는 책이 없네요. 그 책에 대한 집착이라기 보다 그 시절 추억에 대한 미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순간부터 버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오래 가지고 있었던 책은 중학생 때부터 쓰던 성경책이었는데 이것도 최근에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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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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