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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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이 후딱 지나갔어요. 이 모임 방에 계신 분들도 바쁜 한 주 보내셨을 테죠? ^^ 지난 주에 이어 10월의 두 번째 연휴가 시작 됐습니다. 오늘은 불꽃 축제도 열리는 것 같던데.. 전 조용히 책이나 읽으면서 연휴를 즐길까 합니다. 어디쯤 읽고 계신가요? 전 80쪽까지 읽었습니다. 함께 읽고 싶어서 이 모임을 열었는데, 저도 사실 이런 방식의 모임은 처음이라 낯설고 어리둥절? 합니다. 책 수다나 떨어보자! 하고 열긴 했는데... 저처럼 어색하신 분들도 이 방에 계실 것 같은데, 우리 편하게 얘기 나눠요~ 아직 읽지 못해서 참여 하는 게 뻘쭘?하다 하시는 분들도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준비 안 된 모임 지기라서 진짜 뻘쭘합니다.) 막상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별로다 혹은 페이지를 넘기는게 더딜 수도 있고요. 편하게 나눠 주세요.
50페이지를 넘기니깐 화자에게 왜 청춘의 사랑이 없었는지 얘기해 주네요. 예상대로 전쟁의 후유증으로 발병한 사회적 불합리한 시선을 그녀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느끼게 되고, 결국 인정할 수 없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온순한 여성으로서 어필하는 어머니를 혐오하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데, 청춘의 사랑을 알 턱이 있었을까요?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이렇게 느끼는 화자 역시 전쟁과 분단 피해 모습의 한 단면이기도 하고요. 저의 단상과 관련한 문장도 발췌 해봅니다. 59쪽) 전쟁이 없다면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그저 인간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욕기와 기사의 충성심같이 남자들의 것으로 간주되는 일정한 특성들이 오직 전쟁을 통해 규정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남자들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들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토 마토님 말씀대로 낯설기도 하고요. 조심스럽기도 해서 어느 타이밍에 글을 올려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허허~ 그런 와중에 마토님이 발췌하신 딱 그 부분(59p)을 저도 밑줄 쳐놓고 곱씹어 봤던 터라 놀랐네요. '어머니는 불안스럽게 여성적이었다. 명백한 숙명 속에 있는 나의 벗은 몸이 내게는 불쾌했다.(61p)'는 화자는 프란츠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여성성을 지워가며 사랑을 믿지도 원하지도 않으며 자신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듯 보였는데요. 그랬던 그가 '프란츠가 자기 아내는 불행에 단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80p)'고 하니... 좀 믿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둘째를 낳아달라는 딸도 있는 사람이! '나도 가끔은 오직 그날 아침 프란츠가 브라키오사우루스 아래에서 나를 만날 수 있도록 베를 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했다.(81p)' 라는 화자에게, 자유가 주는 해방감과 시대 변화가 얼마나 강렬하게 작용했기에 한 사람에 이토록 목맬 수 있었던 걸까요. 예전에 베를린에 여행 가서 장벽 잔해를 기념품으로 사 온 적이 있는데요. 작금의 저에겐 장벽의 무너짐이 그런 잔해를 남긴 어떤 커다란 사건쯤으로 여겨지기에, 감히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화자의 사랑이 위대해 보이기는 커녕 고단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게 되는데 저만 그런건지요... 아, 그나저나, 거북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말씀하신대로 장벽이 무너진 후 얻은 자유와 해방감을 사실 주체할 수 없었는데, 그 시점 그녀 앞에 나타난 프란츠에게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퍼부었던 건 아닐까요? 그렇게 여성성을 거부하고 불편해 하면서 프란츠 앞에선 누구보다 여자이고 싶고... 저도 화자의 사랑이 위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이 정도로 미친 사랑을 또 오랜만에 책으로 읽게 된 것 같아요. 사랑 때문에 불안했던 예전의 제 모습도 떠오르기도 하고요. ^^ 진짜 거북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전 죽지는 않았을 것 같고, 각자 자기 살길 찾아 어디론가 갔을 것 같아요. 거북이들의 해방? 인가요.
다른 소설 읽기를 마무리하느라 어제서야 책을 읽었는데요.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도입부분이 새롭습니다.
저도요! 저도 책 도입 부분 읽으면서 단락의 첫 문장들이 꽤 강렬하게 읽혔어요. "나의 아파트에는 거울이 없다." "나의 마지막 연인, 그 남자 때문에 나는 세상을 등졌다."... 뭐지 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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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이 책을 못 읽다가 다시 읽으니 화자가 왜 이렇게 생경하죠? 무튼 화자의 기억을 더듬어 전개 되는 이야기로 쭉 이어지다가 100페이지 쯤 부터 흥미진진한 장면이 나오네요. 화자는 프란츠와 떠나는 단 둘만의 여행을 애타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가 부인과 스코틀랜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뒤를 밟는 장면입니다. 음... 점점 화자를 이해하고 말고를 떠나서 부담스럽고 안타까워요. 본인한테 득 될게 하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전 오늘 104쪽까지 읽었습니다. ^^ 여러분은 어디 쯤 읽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읽으시나요? 여러 권의 책들을 조금씩 나눠서 동시에 읽으시나요? 아니면 한 권 씩 완독 하시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시나요? 저의 경우는 후자 쪽 읽기 방식을 주로 했는데, 최근에는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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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쪽 까지 읽었습니다. 음... 120쪽 부터 10페이지 가량은 순삭으로 읽었습니다. 화자가 프란츠가 묶는 호텔을 찾기 위해 영국 뉴캐슬에 있는 호텔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프란츠를 수소문하는 장면은 그렇게 까지... 안돼! 를 외치고 싶지만 동시에 마음 한 켠에는 공감이 되기도 합니다. (음... 옛 연인의 뒤를 깼던 제 흑역사가 떠올라서요...) 그래서 저는 이 문장을 발췌 해봅니다. 나는 야만인 아니야. 그 말을 해야만 했다. 프란츠는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진을 치고 숨어 있고, 나는 내가 유일하게 속해 있던 프란츠에게 추방된 존재라는 생각이 다른 모든 생각을 몰아냈고 지독한 고동의 감정밖에는 남겨두지 않았다. (130쪽)
친구 아테가 화자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사랑은 비극적으로 끝나거나 진부하게 끝나거나 둘 중 하나야. 어떨 것 같니? 너는 비극적인 쪽으로 결정했니? (122-123쪽) 여러분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세요? ^^
며칠 만에 다시 이 책을 펼쳤는데, 화자는 여전히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네요.. 기억인지 망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화자의 심경을 따라 책을 쭉 읽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0페이지쯤 읽다 보면 버겁다 잠시 읽기를 멈추곤 했는데, 신형철 문학평론가님이 쓴 서평을 읽어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흐 떠난 사랑에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화자를 보면서 불편한 감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동,서독를 가르던 장벽이 허물어지고 그로부터 갑자기 들이닥친 자유와 해방의 물결, 불확실성과 변덕스러움 가득한 도시의 시대적 배경 때문에 화자가 강렬한 내적 욕구 만을 따르게 된 것은 아닌지요. 이런 비슷한 역사적 사건을 일생에서 경험하는 일 역시 흔하지 않아서 화자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독자로서 얘를 써야 하나 봐요. 책을 읽지 않아도 신형철님의 서평만 읽으면 대충 이 책을 읽은 셈이 될 것 같네요~ 한번 읽어보시라고 링크 첨부합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7272&cid=58814&categoryId=58830
아.. 주욱 긴 호흡으로 읽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인가봐요; 신형철 평론가도 그랬다니 위안이 되네요. 저는 읽으면서 자꾸만 모르겠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 하는 화자의 모습이 불편하게 부대껴요. 진실을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우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억을 통제하고 있는 느낌도 들고, 탓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무거운 고통이 뿌옇게 흩트러 졌으면 하는 모습이 슬퍼요. 안경으로 눈을 멀어버리게 한 것처럼 오히려 자해하는 모습 같달까요...
공감합니다. 실컷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가 끝내 모르겠다,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화자를 보면서 온전하지 못하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화자가 말하는 기억이 말하는 또 다른 기억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더군요. 말 나온 김에 기억에 관한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 발췌해봅니다. 88쪽) 기억이란 진주의 내부에 들어 있는 이물질과도 같다. 그것은 처음에는 조개의 살을 파고든 성가신 침입자일 뿐이다. 조개는 그것을 외투막으로 감싸고 그것을 둘러싸고 진주질층이 하나씩 자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둥근 형상이 생기게 된다. 원래는 병적인 증상이 사람들에 의해 귀중품으로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21일 된 것 같은데...책 읽기는 다들 끝내셨는 지 궁금하네요 ㅎㅎ 슬픈 짐승이란 제목의 강렬함에 이끌려 책을 읽었는데 너무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아서 이제 필사 할 일만 남았네요...
어느덧 모임 종료까지 이틀 밖에 남지 않았네요. ㅎㅎ 네 저도 막 책읽기를 끝냈습니다. 소설 마지막이 다소 충격적이었어요. 왜 갑자기 프란츠가 죽었을까 하고요. 오락가락 하는 화자의 모습에 그녀 마음 속에서만 죽은 게 아닐까? 의심도 나더군요. 음... 근데 소설을 다시 복기하다가 11쪽을 읽다 보니, 생물학적으로 프란츠가 죽은 것은 맞구나 했어요. 여러 번 곱씹어서 읽게 되는 문장,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 많이 눈에 띄었는데, @커커피피 님도 그러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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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다시 책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슬픈 짐승은 누굴까 하고요.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생존을 위한 본능도 거부한 화자가 슬픈 짐승일까요? 친구 아테가 화자에게 물었던 것처럼 주인공의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 측면에서 본다면 비극적으로 끝이 났죠. 그런데 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문장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20쪽) (이 문장은 책 읽는 동안 3-4번 반복해서 나왔던 것 같아요.) 이 문장의 의미에서 본다면 늦은 청춘의 사랑을 했지만 어째든 열정적인 사랑을 했으니, 화자가 그리 슬프게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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