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함께 읽기

D-29
저도 과도한 인덱스 스티커 떼어내며 e-book이 마킹은 편하겠다 생각하곤 하지만, 종이책이 아니면 읽지 않습니다 :) 주로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있어서 이 댓글을 작성하고 <슬픈 짐승>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꼬물꼬물님. 저와 비슷하시네요. 서평집이라면 모를까 저도 대부분 종이 책을 읽습니다. 자기 직전에 하는 독서 꿀맛이지요. ^^ 밤 마다 <슬픈 짐승>과 함께 해주시고, 단상도 자주 나눠 주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핸드폰으로 찍어두는데 나중에 다시 노트에 옮기려니 그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반갑습니다. @커커피피 님은 핸드폰으로 기록하시는군요. 저도 예전에 몇 번 그 방법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제가 사진을 찍어뒀다는 거조차 잊더군요. 쩝.. 나중에 한꺼번에 노트 혹은 문서에 옮기는 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공감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발췌 문장들 이 모임방에 많이 기록했다가 나중에 옮기면 덜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시작인 오늘 저는 30쪽까지 읽었습니다. 온종일 비 오는 회색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주 느린 속도로 읽었어요. 그런데 소설은 도입부부터 제겐 아주 파격적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서 자신이 백살인지 아흔살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화자의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오네요. 연인의 흔적을 곁에 두고 싶어서 그가 두고 간 안경을 일부러 써서 건강했던 자신의 눈을 흐릿한 눈으로 만들다니... 아무리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한다 해도, 자기를 파괴하면서 까지 그를 기억하고 싶다는 것은 병적인 집착 아닐까요? 선뜻 이해 할 수 없는 화자의 행동과 그녀의 망상과 오락가락하는 기억들은 그녀의 불안한 상태를 그대로 드러납니다. 흑... 사랑이 뭔데 사람을 이렇게 망치나요...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랑 때문에 왜 그렇게 미쳐 날뛰게 되는지 공감 되기도 했어요. 사랑의 감옥이라... 25쪽) 사랑이 해방되어 우리들 자신인 감옥을 부수고 나오는 데 성공하는 일은 가끔씩 일어난다. 사랑이 감옥을 부수고 나온 종신형 죄수라고 상상해보면, 얼마 안 되는 자유의 순간들에 사랑이 왜 그렇게 미쳐 날뛰는 것인지, 왜 그렇게 무자비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온갖 약속 안으로 우리를 밀어넣었다가 곧바로 온갖 불행 안으로 몰아넣는 것인지를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저는 무조건 종이책에 줄을 그어가며 봅니다. 줄긋기 전 마땅한 펜을 찾는데 공들이고요.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걸로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댓글을 보고 인덱스 스티커를 한번 사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어떤지 궁금합니다ㅎㅎ 밑줄 친 문장들은 구글 킵에 저장해두는 편인데, 타이핑하면서 한 번 더 톺아봅니다. 병렬 독서를 하는지라 이렇게 한 호흡으로 정리하면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다만 마음에 들었던 책만 그렇게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같이 읽는 것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좀 더 덧붙여봅니다. 전 어제 세찬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50페이지 가량 읽었는데요. 이렇게 사랑에 무자비하게 굴복당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더없이 좋아하는 것들에 사랑의 정도와 형태를 치환해 설명하는 방식도 어쩐지 새롭달까요. (33p) 나는 모든 열정과 괘락, 모든 다정함과 욕구를 잊었고, 프란츠에 대한 내 사랑의 유일성에 의혹을 제기할 만한 모든 것을 내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마치 그것을 경험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망각했다는 화자. 그 정도의 사랑은 대체 어떤 사랑인가. 가늠되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뒷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무슨 님! 반갑습니다. 어제 정말 독서하기 딱 좋은 날씨 아니었나요? ^^ 사랑에 지독하게 굴복한 화자가 낯설면서도, 사랑에 미치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내 사랑과 연관 지어버리잖아요. (제가 발췌한 25쪽 문장에서 이걸 사랑이 해방 될 때라고 책에서 묘사하죠.) 그런 면에서는 화자에게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랑은 도대체 뭘까?하는 궁금증은 점점 더해 갑니다.
화자는 프란츠를 만났을 때 '기이한 시대'가 막 끝났을 때라고 언급합니다.(26쪽) 그녀가 표현한 '기이한 시대'는 독일 분단 상황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시대적 분위기는 꽤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음...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로 예를 들자면 이런 거잖아요. 막 통일이 되자마자 북쪽 여자와 남쪽 남자가 서로 사랑에 빠진 상황이요..... 시대적 배경을 참작한다면, 화자가 모든 것을 망각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이유가 꼭 프란츠 때문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반가운 인사를 드립니다. 독일인의 태도에 대해 독일인이 아닌 친구랑 어제 야매분석 대화를 나눴는데, 이 책에서도 작가가 독일인이기에 갖는 심리나 패턴을 읽을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audacious 님, 반갑습니다. 독일인이 아닌 친구와 나눈 독일인에 관한 야매 분석! 오호~ 어떤 분석이 나왔을지 엄청 궁금한데요? 이 책의 저자와 주인공의 배경이 비슷해서,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화자에게 어느 정도 기인했을 것 같아요. 독일인이기에 갖는 심리나 패턴 궁금하기도 하네요. 뭐 특이한 점?은 없는지 염두 하며 소설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슬픈 짐승>을 펼쳤습니다. 여러분은 어디 쯤 읽고 계세요? 저는 오늘 50페이지부터 읽을 차례입니다. ^^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어제 발췌 하려다가 못한 문장부터 옮겨 보려구요. 기이한 시대를 살았던 화자가 자신의 남편과 자식을 버리면서 한 남자에게 미치도록 사랑에 빠지게 된 배경에는 복잡한 뭔가 있겠지 싶었는데, 이 부분 읽으면서 좀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무엇이, 또는 누가 내 영혼에 이런 음울함을 불어넣은 것인지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그들이 나를 전쟁 때문이었는지, 삶에 대한 내 어머니의 견딜 수 없는 분노 때문이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어째든 내게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는데, 프란츠를 만나기 전에는 그것이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프란츠를 알게 된 후에야 비로소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살았던 것이다.(47-48쪽) 전쟁과 분단, 억압 때문에 우울하게 청춘 시절을 보낸 화자에게 베를린 장벽의 무너짐은 엄청난 해방이었겠죠? 그녀가 일하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우연하게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함께 바라보다가 프란츠의 "아름다운 동물이군요" 말 한마디에, 온 몸에 알 수 없는 통증, 전율 같은 것을 느끼며 첫 눈에 반하는 장면은 좀 유치 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랑은 원래 유치한 것 아니겠습니까? 한편으로 나는 이런 유치함 언제 느꼈더라??... 음..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여러분은 화자와 달리, 청춘의 사랑 있으시죠? (궁금해서 질문드리는데 좀 부끄럽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지난 며칠이 후딱 지나갔어요. 이 모임 방에 계신 분들도 바쁜 한 주 보내셨을 테죠? ^^ 지난 주에 이어 10월의 두 번째 연휴가 시작 됐습니다. 오늘은 불꽃 축제도 열리는 것 같던데.. 전 조용히 책이나 읽으면서 연휴를 즐길까 합니다. 어디쯤 읽고 계신가요? 전 80쪽까지 읽었습니다. 함께 읽고 싶어서 이 모임을 열었는데, 저도 사실 이런 방식의 모임은 처음이라 낯설고 어리둥절? 합니다. 책 수다나 떨어보자! 하고 열긴 했는데... 저처럼 어색하신 분들도 이 방에 계실 것 같은데, 우리 편하게 얘기 나눠요~ 아직 읽지 못해서 참여 하는 게 뻘쭘?하다 하시는 분들도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준비 안 된 모임 지기라서 진짜 뻘쭘합니다.) 막상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별로다 혹은 페이지를 넘기는게 더딜 수도 있고요. 편하게 나눠 주세요.
50페이지를 넘기니깐 화자에게 왜 청춘의 사랑이 없었는지 얘기해 주네요. 예상대로 전쟁의 후유증으로 발병한 사회적 불합리한 시선을 그녀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느끼게 되고, 결국 인정할 수 없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온순한 여성으로서 어필하는 어머니를 혐오하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데, 청춘의 사랑을 알 턱이 있었을까요?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이렇게 느끼는 화자 역시 전쟁과 분단 피해 모습의 한 단면이기도 하고요. 저의 단상과 관련한 문장도 발췌 해봅니다. 59쪽) 전쟁이 없다면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그저 인간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욕기와 기사의 충성심같이 남자들의 것으로 간주되는 일정한 특성들이 오직 전쟁을 통해 규정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남자들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들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토 마토님 말씀대로 낯설기도 하고요. 조심스럽기도 해서 어느 타이밍에 글을 올려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허허~ 그런 와중에 마토님이 발췌하신 딱 그 부분(59p)을 저도 밑줄 쳐놓고 곱씹어 봤던 터라 놀랐네요. '어머니는 불안스럽게 여성적이었다. 명백한 숙명 속에 있는 나의 벗은 몸이 내게는 불쾌했다.(61p)'는 화자는 프란츠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여성성을 지워가며 사랑을 믿지도 원하지도 않으며 자신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듯 보였는데요. 그랬던 그가 '프란츠가 자기 아내는 불행에 단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80p)'고 하니... 좀 믿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둘째를 낳아달라는 딸도 있는 사람이! '나도 가끔은 오직 그날 아침 프란츠가 브라키오사우루스 아래에서 나를 만날 수 있도록 베를 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했다.(81p)' 라는 화자에게, 자유가 주는 해방감과 시대 변화가 얼마나 강렬하게 작용했기에 한 사람에 이토록 목맬 수 있었던 걸까요. 예전에 베를린에 여행 가서 장벽 잔해를 기념품으로 사 온 적이 있는데요. 작금의 저에겐 장벽의 무너짐이 그런 잔해를 남긴 어떤 커다란 사건쯤으로 여겨지기에, 감히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화자의 사랑이 위대해 보이기는 커녕 고단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게 되는데 저만 그런건지요... 아, 그나저나, 거북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말씀하신대로 장벽이 무너진 후 얻은 자유와 해방감을 사실 주체할 수 없었는데, 그 시점 그녀 앞에 나타난 프란츠에게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퍼부었던 건 아닐까요? 그렇게 여성성을 거부하고 불편해 하면서 프란츠 앞에선 누구보다 여자이고 싶고... 저도 화자의 사랑이 위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이 정도로 미친 사랑을 또 오랜만에 책으로 읽게 된 것 같아요. 사랑 때문에 불안했던 예전의 제 모습도 떠오르기도 하고요. ^^ 진짜 거북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전 죽지는 않았을 것 같고, 각자 자기 살길 찾아 어디론가 갔을 것 같아요. 거북이들의 해방? 인가요.
다른 소설 읽기를 마무리하느라 어제서야 책을 읽었는데요.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도입부분이 새롭습니다.
저도요! 저도 책 도입 부분 읽으면서 단락의 첫 문장들이 꽤 강렬하게 읽혔어요. "나의 아파트에는 거울이 없다." "나의 마지막 연인, 그 남자 때문에 나는 세상을 등졌다."... 뭐지 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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