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북클럽] 편집자&마케터와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보스턴 사람들』 같이 읽어요!

D-29
아! 정말 숨 가쁜 마무리였네요. 올리브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도는 듯하고, 대단히 당찬 모습으로 무대로 향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게 남을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사실 올리브가 지난 2년 간 버리나와 해왔던 공부는 스스로를 위한 성장의 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벅찼습니다. 올리브가 수줍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솔직해서 더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 작품을 통틀어 올리브에게 가장 마음이 쓰여 더 그런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퀴어적 해석보다 올리브라는 한 개인이 인간으로서 사회에서 어떠한 성장을 이루려는가에 대한 열린 결말을 더 상상하고 싶고 믿고 싶어지네요. 사실 퀴어적 접근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올리브나 버리나에 대한 속마음은 오로지 그들의 우정과 대의에 대해서만 서술되었지 다른 것들은 타인의 관점에서 표정묘사나 겨우 된 점에 미루어볼 때, 당시에 버리나와 올리브의 우정이 사랑이었대도 동성 간 사랑을 사랑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당시의 시선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장 드라마처럼 랜섬이 대차게 까이는(?) 통쾌한 결말은 없었지만 올리브가 무대에서 멋진 말들로 새로운 역사를 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즐겁게 완독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독자분들과 같은 책을 나누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인데 덕분에 더 즐겁게 책을 읽고 좋은 시간을 보냈네요!
드디어 완독했네요! 끝이 열려있는 결말이라 2부(?)가 궁금해집니다. 누군가 이 끝을 이어 덧붙혀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노라가 집을 떠나는 결말에 이어 많은 작가들이 솓편을 쓴 것처럼말이죠. 제가 상상하는 속편은 올리브가 당당하게 홀로 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입니다. 버리나는 랜섬과 결국 결혼을 하지만 곧 잘못된 것임을 알고 헤어진 후 역시 스스로 독립하여 올리브와는 별개로 여성운동에 매진한다는 이야기를 상상해보았습니다. 이 작품이 어떤 점에서 혹평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씀대로 사회개혁의 움직임을 잘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묘사나 상황, 장소, 배경 등에 대한 서술이 아주 흥미롭고 설득력있게 펼쳐져 다음 페이지를 계속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묘사 방식과 서술 표현이 빅토르 위고와 다소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Ah, now I am glad!" said Verena, when they reached the street. BUT THOUGH SHE WAS GLAD, he presently discovered that, beneath her hood, SHE WAS IN TEARS. It is to be feared that with the union, so far from brilliant, into which she was about to enter, these were not the last she was destined to shed.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어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내린 산길을 맨 처음 걷는 사람은 자신의 발자국을 함부로 어지럽게 남겨서는 안 된다고들 하잖아요. 해피엔딩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결말이라 당대에는 어떤 평가를 받았든, 오늘날 읽기에는 좋은 결말(?)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제일 큰 힘은 막무가내로 혹평하기 전에 오늘날에는 잠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엔 서점이나 도서관에 한 번 들러야겠습니다. 제대로 읽었는지 점검도 할 겸. 덕분에 좋은 책 소개받고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분명 저는 글을 읽고 있는데 배우들이 고성을 지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연극을 본 것 같았습니다.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생각만큼 울적하진 않았어요. 뒤늦게 은행나무 출판사 유튜브 채널을 찾아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이번 분량을 완독했는데 소설 내용이 더 생생하게 그려지더라고요. 멋진 플리 감사드립니다..! 버리나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별개로 저는 랜섬을 끝까지 응원할 순 없더라고요. 그가 음악당에서만큼은 (구식적으로 표현하면..)백마탄 기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으면서도 조금 허탈했습니다. 결국 이 장소에서 승리자는 랜섬만 존재하는 건가 하고요. 그런데 갑자기 무대로 달려가는 올리브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올리브가 완전히 절망하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버래지 부인의 야유에도 떳떳하게 비웃음 당하러 가는 거라고 말할 때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헨리 제임스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올리브가 갑자기 각성하여 뛰어난 언변가처럼 연설하는 모습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을 것 같아요. 앞서 이 소설이 버리나의 성장소설이라고 했지만 올리브 역시 주인공이라고 느껴졌어요. 결별하게 됐지만 서로가 함께 지내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시간은 그 둘에게 깊이 새겨질 것 같습니다. 버리나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졌고 올리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맞서 싸우게 됐으니까요. 어떤 삶을 살아가든 두 사람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구원받기를 바라지 않는 여성들, 찬란하게 빛나는 진리의 빛을 받아 힘과 용기를 얻은 척해놓고 다시 진리를 거부해버리는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내 삶을 바칠 이유가 있냐고 자문했을까?
보스턴 사람들 p.639,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해당 문장이 여성운동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가장 인상에 깊었습니다. 남성임에도 이 지점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오는 헨리 제임스의 통찰에 감탄하기도 했고요. 저도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라 더 기억에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죽음 직전이었다곤 하지만 미스 버즈아이는 어떻게 랜섬에게 너그러워 질 수 있었는지 여전히 궁금하네요. 은행나무 덕에 어른이 된 이후 처음으로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완독해 보네요. 이런 기회 자체가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정말 보람찬 독서였습니다. 적극적으로 답글을 달거나 언급하진 못했지만 다른 분들의 평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은행나무 출판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멋진 책들 많이 내주세요~
아직 완독을 못하여 중간 정리 겸해서 떠올려보자면, 26장 정도에서 랜섬과 올리브의 첨예한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밀하고 밀도 있는 심리 게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 '적어도 나는 진보적'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일명 '교양'있는 사람과 여성 해방에 헌신하는 인물 사이의 충돌하는 모습이 상당히 현재적이라고 느끼기도 했구요. 아울러 각 캐릭터의 내면 심리를 상당히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의 역량이랄까 감각에 매번 놀라며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1-2부 내용만 보더라도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제가 드라마 감독이라면 <보스턴 사람들>을 원작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더 흥미롭겠는데요. 아직 마지막 부가 남아 있지만, 함께 읽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독서였던 것 같습니다. 책 만드시느라 함께 읽기 기회 마련하시느라 편집자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결국 버리나가 랜섬을 택하는군요. 당시 시대 여성해방운동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리브는 지난 2년간의 생활을 참담한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계획이 숭고하고 아름다웠던 건 맞지만, 모두 자신을 아찔하게 하는 환영위에 세워진 계획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라는 문장이 안타깝게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버리나가 연설을 포기하고 랜섬과 떠날때 올리브가 무대로 나가는 장면에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왠지 올리브가 이제부터는 여성해방운동의 최전선에 나서지 않을까싶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 그리고 공지 드리는 게 늦었는데요! 지난 2주 차 퀴즈의 정답은 '방수복'이었습니다. 많고 많은 옷들 중에서 방수복을 입는다는 사실에 꽤 '킹'받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 오늘 마지막 퀴즈까지 드립니다! 선물은 랜덤 추첨이니, 이번에도 즐겁게 풀어주세요! 🔗 https://forms.gle/GwF9VQai53XSGd3h9
시대 자체가 그녀에게는 이완되고 타락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이런 시대에 위대한 여성적 힘의 결집으로 그녀가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이 시대가 지금까지보다 더 예리한 판단력과 발언력을 갖는 것이리라.
보스턴 사람들 197,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잠깐 다시 한 번 공지드립니다! 오늘이 모임 마지막 날인데요, 지난 금요일에 드렸던 세 번째 퀴즈는 오늘 밤 10시까지 참여해주신 것만 인정합니다. (12시가 지나면 모임이 끝나면서 채팅창이 닫힐 것 같아, 조금 이르게 마감하겠습니다) 아직 참여 못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폼 제출해주세요 :) 🔗 https://forms.gle/P8qV854EGPiZZPUb9
그(랜섬)는 존경심을 느끼며 그 아름다움의 감상에 젖었다. 그는 적들을 관용의 정신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 과거의 전투에서 느꼈던 그대로의 감정이 되살아났고 옛 기억이 그를 둘러싼 기념물에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적이나 아군이라는 차별 없이 패배의 희생자도 승리의 아들도 한결같이 감싸고 있었다.
보스턴 사람들 p.377, 25장,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이 부분은 랜섬이 버리나와 보스턴에서 만나며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 있는 '남북전쟁' 중 전사한 북부인들을 기리는 공간을 보는 랜섬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보스턴 사람들>은 여성 해방 운동 문제가 현실적인 개인과의 문제와 충돌하는 지점도 보여주고 있지만, 미시시피 남부 출신의 랜섬으로 대표되는 인물과 북부인들 사이의 감정적 틈새 역시 놓치지 않고 보여주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개인의 미묘한 지역 감정 같은 여러 층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도 느꼈거든요. 물론 이 장면만 보고 일반화를 할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당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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