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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 | 엘리자베스 개스켈, 고딕 이야기

은행나무 (231120~231126)


❝ 별점: ★★★★

❝ 한줄평: 섬뜩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고딕!

❝ 키워드: #고딕 | 실종, 추적 | 사랑, 파멸 | 살인, 죄악 | 저주, 참회 | 예언, 운명 | 꿈, 환상

❝ 추천: 현실과 환상 사이의 공포를 사랑하는 사람


❝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고딕 문학의 고전 ❞

/ 출판사 소개


📝 (23/11/26) 은행나무 브릭스 북클럽을 마치고 선물 받았던 책 『고딕 이야기』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대학교 때 고딕 소설을 읽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하고 황량한, 그러나 풍부한 배경 묘사는 내 마음을 사로잡아 고딕소설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소설집 제목이 ‘고딕 이야기’라서 망설임 없이 고른 책인데 가을, 겨울 분위기가 나는 단편들이 많아서 지금 읽기 딱 좋단 생각을 했다.


✦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공포 게임 영상을 즐겨 보고, 인터넷의 괴담 이야기를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다. 소설은 그런 콘텐츠들과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현대 공포 소설도 좋지만,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오랜 과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고딕 소설은 참 매력적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문학에서 고딕은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경이로움, 떠도는 유령의 두려움, 현재를 엄습하는 과거의 공포를 이야기한다.’(p.360)고 말한 것처럼, 개스켈의 소설에서는 유령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공포,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섬뜩함, 현재를 불안하게 하는 과거의 압박감 등을 다루고 있다.


✦ 유령이나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나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도 인간의 잔인함과 끔찍함이 더 무서웠다. ‘저주’를 다룬 두 단편 「빈자 클라라 수녀회」와 「그리피스 가문의 저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 단편은 무서우면서도 쓸쓸하게 슬퍼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올여름에 고딕 소설을 잔뜩 샀었지만 읽지 못하고 책장 한 구석에 밀어두었었는데, 이번 소설집을 읽으니 내년 여름에는 꼭 고딕 소설들을 챙겨 휴가를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은행나무 브릭스 북클럽 종료 후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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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나는 형사 경찰의 시대에 사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살해당하거나 중혼을 한다면, 어떤 경우든 내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그 일에 대해 전부 알게 될 것이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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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보모 이야기」

: 사랑이 대체 뭐길래······


| 더더욱 몸서리쳤던 것은 그 지독한 날씨의 고요함 속에서, 그 아이 유령이 온 힘을 다하고 있음에도 그 작은 손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울부짖고 울고 하는 것이 보임에도 어떤 희미한 소리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였다. (p.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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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주 이야기」

: ‘범죄를 저지르는 꿈’은 진짜였을까 아니었을까


| “끔찍한, 끔찍한 살인이었어요! 그 살인자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난 붉게 달아오른 저 불의 중심이 마음에 들어요. 봐요, 얼마나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지. 그리고 그 먼 거리가 어떻게 저것을 무시무시한, 꺼버릴 수 없는 무언가로 만드는지.” (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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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 클라라 수녀회」 ⛤

: 저주와 참회, 그리고 속죄


| “하지만 제가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버림받았습니다. 하느님조차 기이하고 사악한 힘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허락하고 있으니 제가 어쩌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난단 말입니까?”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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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가문의 저주」 ⛤

: 예언을 거스르려는 노력, 운명의 힘은?


| “나는 그대에게 살아가라는 저주를 내린다. 나는 안다, 그대가 차라리 죽기를 기도하게 되리라는 것을.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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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뭇가지」 ⛤

: 인륜보다 못한 천륜


| “세상에 돈 같은 게 없었으면 좋겠어. 그랬다면 당신이 이렇게 되지 않았겠지.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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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사실인지」

: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환적인 하룻밤


| 저는 넓은 계단 양쪽으로 펼쳐진 비어 있는 커다란 회랑에서 웅장하게 밀려드는 웅얼거림을 (마치 먼 바다에서 물결이 밀려나고 또 밀려들기를 영원히 반복하는 그 쉼 없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고, 우리 위 어둠 속에 희미하게 그 소리를 인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 수 세대에 결친 목소리가 침묵하는 허공에서 메아리치다 물러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p.3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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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다가도 불현듯 느끼는 불안과 섬뜩한 공포를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함께 풀어가는 개스켈의 19세기 고딕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와 가슴 깊은 곳을 휘저을 것이다. 에세, to be, 인간이 존재하는 한 느낄 수밖에 없는 근원적 두려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 p.36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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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이야기
고딕 이야기
23-061 | 오야마 세이이치로, 붉은 박물관

리드비 (231123~231124)


❝ 별점: ★★★★

❝ 한줄평: 예상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

❝ 키워드: 범죄 | 살인사건 | 증거품 | 서류 | 재수사 | 진상 | 미스터리 | 추리 | 반전 | 경찰

❝ 추천: 예측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 “나는 이 '붉은 박물관'이 법망을 피해 도망치는 범인을 막아 내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p.51) ❞


❝ “사건의 진상이 뭐든지 간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경찰관의 사명이니까요.” (p.99) ❞


🏢 첫 문장: 데라다 사토시는 녹슨 철문 앞에서 깊디깊은 한숨을 쉬었다. (p.9)


📝 (23/11/25) 청년서가와 리드비가 함께 한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감사하게도 『붉은 박물관』 도서를 제공받았다. 카드 뉴스가 매우 흥미로워서 눈길이 갔던 책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된 일본 미스터리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몇몇 미스터리들은 중간쯤 읽다 보면 대충 범인을 때려 맞추곤 했는데 이번에는 읽으면서 나의 예상이 한 번 빼고 모두 빗나가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예상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이란 한 줄 평을 쓴 것도 정말 사건의 진상들이 상상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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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경시청 부속 범죄 자료관 ‘붉은 박물관’은 일정 기간이 지난 사건의 증거품과 수사 서류가 모이는 곳이다. 천재적인 고위직 경찰 커리어지만, 의사소통 능력은 거의 제로인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수사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수사 1과에서 좌천된 조수 데라다 사토시 콤비는 증거품과 수사 서류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며 수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재수사를 진행한다. 박물관의 수위 오쓰카 게이지로, 미화원 나카가와 기미코가 나오는 장면도소소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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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에코가 재수사를 지시하면 사토시는 사건 관련 인물을 만나며 사건 당시의 일을 묻기도 하고 사에코가 물어보라고 한 것을 질문하기도 하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 사토시와 함께 단서를 얻어 사건을 추리해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름 메모를 하며 열심히 추리해 보았지만 사에코의 번뜩이고 천재적인 추리의 반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ㅋㅋ 다섯 개의 사건 중에서 나는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와 <죽음에 이르는 질문>이 특히 충격적이고 재미있었다. 제목을 잘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아마 추리하다가 정답에 도달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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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진상이 뭐든지 간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경찰관의 사명’이라는 사토시와 붉은 박물관이 ‘법망을 피해 도망치는 범인을 막아 내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에코. 증거품과 수사 자료를 살펴 재수사를 지시하고, 사토시가 수집해 온 추가정보들을 바탕으로 번뜩이는 추리를 해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는 사에코. 사에코도 인정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하는 사토시. 둘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 탐정물보다 이런 콤비물이 더 내 취향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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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다면, 예측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히이로 사에코의 외모 언급이 꽤 많아서 ‘꼭 필요한 이야기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작가님이라면 이 정보도 괜히 언급한 게 아닐지도...? 후속작 『기억 속의 유괴』가 지금 예약판매 중이던데 출시되면 이 작품도 꼭 읽어봐야겠다!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년서가와 리드비가 함께 한 기대평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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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고 함

조금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내 인생책으로 손꼽았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저자가 사실은 KKK의 행동대장이었고 위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 신분세탁을 위한 소설이었다는 거다.


알라딘 리뷰보고 위키피디아보고 뉴욕타임즈에서도 기사를 찾았다.

https://www.nytimes.com/1991/10/04/opinion/the-transformation-of-a-klansman.html


이제 30대 중반쯤 되니까 "니가 감동받은거 가짜였어!" 라는 사실을 알게돼도 조금 놀라울 뿐 큰 충격은 없다. 이렇게 으른이 되어가는건가.


어렸을 때 감동받았던건 사실인데 이 책을 인생책에서 삭제해야할지 고민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슈퍼노멀 - 폭발적 성과를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

업계에 물의를 일으키고 은퇴한 줄 알았던 주언규가 자기 개발서를 냈다. 인류학자에 따르면 스토리는 인간의 변명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조잡한 변명을 적당한 자기 개발서로 각색.

슈퍼노멀 - 폭발적 성과를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
슈퍼노멀 - 폭발적 성과를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
23-060 | 다와다 요코, 목욕탕

책읽는수요일 (231123~231123)


❝ 별점: ★★★★

❝ 한줄평: 삶과 죽음, 그 사이 무수한 경계를 유영하는 정체성

❝ 키워드: 물고기 | 비늘 | 몸 | 소통 | ‘나’ | 이름 | 말 | 사랑 | 삶과 죽음 | 지구 | 경계 | 정체성

❝ 추천: 다와다 요코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


❝ 결국 이 모든 변화와 변모는 정체성의 유동성을 가리키고 그 끝은 바로 죽음이다. (p.114) ❞

/ 옮긴이 해제 | 경계의 안팎으로 사유하는 이야기


🫧 첫 문장: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p.7)


📝 (23/11/23) 읻다 넘나리 서포터즈 두 번째 도서 서평 제출 후 우수 참여자 중 한 명으로 뽑혀 편집자 김소띠 님의 최애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바로 다와다 요코의 『목욕탕』!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에서 『지구에 아로새겨진』과 『별에 어른거리는』으로 이름을 알게 된 작가인데 아직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었다. 다와다 요코의 소설 중 편집자님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하셔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길래 궁금한 마음에 세 번째 서평을 제출하고 바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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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에 왜 제목이 ‘목욕탕’일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의 의미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 ‘욕조’가 있는 공간이어서? 독일어 'bad'의 뜻이 ‘목욕’, ‘목욕물’도 있던데 내가 모르는 언어라 번역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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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늘 있는 여자’라는 설정에서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좀 더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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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과 후반부의 문장이 오버랩되며 인간의 유동성이 지구의 유동성으로 확장되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울 속에 매일 아침 다른 얼굴이 비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마와 뺨의 피부는 매 순간 그 아래에서 흐르는 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늪의 진창과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인간의 움직임처럼 변한다. (p.7)


| 지구는 칠십 퍼센트가 물로 뒤덮여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구 표면이 매일 다른 모양을 보여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하수는 아래에서 지구를 움직이고 바다의 파도들은 해변을 갉아먹고 위에서는 사람들이 암석을 파괴하고 계곡에다가 논을 만들고 바다를 둘러싼다.

 그렇게 지구의 모양이 변해간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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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 그 사이의 끊임없는 정체성의 유동성에 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자와 크산더, 호텔에서 만난 지하실의 여자 모두 계속해서 이전의 정체성에서 새로운 정체성으로 넘어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나는 투명한 관이다.’(p.101)라고 말하는 부분은 우리가 죽음으로 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 “사람들이 죽으면 더는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말은 틀린 거예요. 사람들은 죽으면 더욱더 동경하는 게 많아져요.”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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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말, 소통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통역을 하러 간 자리에서 통역자인 ‘나’가 없이는 서로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크산더에게 독일어를 배우며 그와 사랑에 빠진 ‘나’. 혀를 잃어 말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나‘의 정체성은 흔들리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말을 잃게 되자 진짜 자아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다와다 요코의 많은 작품들이 ‘외국어에서 모국어로 역행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해체하고 탈경계적 글쓰기를 지향’(출판사 서평)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워서 작품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말을 가르쳐준 사람에게 나는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진다. 크산더가 내 앞에서 해주는 말들을 반복하는 동안 내 혀는 그의 소유로 넘어갔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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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더 내 취향이었던 다와다 요코의 작품! 김소띠 님 다시 한번 책 선물 감사합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다른 좋은 책을 만날 때면 정말 책 사이를 유영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고 싶은 심정... 🫧


(*읻다 넘나리 서포터즈에서 우수 참여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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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목욕탕
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로버트 그린의 책은 러닝머신에서 오디오 북으로 들으면 재밌다. 전쟁의 기술은 언젠가 책으로 읽은 거 같은데 윌라 오디오 북에 새롭게 등록이 되었길래 다시 듣고 있다. 읽었던 내용이지만 기억이 안 난다.


새삼스럽지만 볼테르는 말을 참 잘한다.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땐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


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출판사 레모에게 받은 세번째 책

후기를 쓸 것인데 말이지요^^;

대표 없는 곳에 과세도 없던 땅 이야기

미국은 대표 없는 곳에 과세도 없다는 유명한 문구 위에 세워졌다. 미국의 보수는 작은 나라를 내세우며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의 보수주의보다도 자유를 사랑하는 보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뉴딜정책도 미국 역사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경험처럼 보이는데, 복지국가 만들기라니? 물론 실패했다고 결론내리긴 했지만, 복지의 토대가 매우 약한 미국에서는 어떤 복지투쟁이 있었는지 새삼 궁금해져서 서평을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어느 나라의 사람들이나 그렇겠지만 미국의 시민권자도 과세를 싫어했으며, 역사적 경험 때문에라도 미국 시민들은 세금에 더욱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공황 이후 뉴딜 체제가 세워지고, 민주당은 사회보장체제가 작동하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유권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직접적인 과세보다는 사회보험제도를 활용해서 간접적으로 과세하는 형식을 택했다.


시간이 흐르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이제 소득세나 사회보험제도도 일반 중산층 시민들의 삶에 제법 타격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의 자유주의 보수는 국가가 지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감세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지출은 어디로 새는지 모를 돈이었고, ‘복지 여왕’ 같은 부정수급자들에게 낭비하느니 감세를 시행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감세 정책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에도 유리하다.


복지 여왕에 대한 공격은 많은 중산층 백인이 자신들이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억울하게 세금을 뜯기는 납세자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복지와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는 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백인은 점점 저소득층 유색인종이 복지를 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복지거부는 절정에 달한다. 결국 민주당도 복지거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느끼고, 뉴딜을 이어받은 위대한 미국 사회를 건설하는 비전을 내려놓게 된다.


이렇게 보수주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조세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게 되면서 미국의 공공서비스는 민간 기업에 의해 제공되고,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수행했던 제도들은 그 힘을 잃고 파괴되거나 명맥만 남아 재분배의 역할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정치로 인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깊은 갈등, 소외됐다고 느낀 중산층 백인과 빈곤에서 벗어날 사다리를 박탈당한 유색인종 저소득층 사이에는 깊은 골이 생겨 정치적으로 극단화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정치상황은 참고할 만하다. 경제 지식과 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서 사실 본문 읽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이 없었다면 의미 파악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려운 내용을 번역하느라 고심하신 흔적이 느껴진다. 옮긴이의 글을 본문 읽기 전에 먼저 읽었으면 읽기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한국에서는 잦은 예산 삭감으로 제도가 망가져가고 있고, 최근에는 ‘시럽급여’ 라는 ‘복지여왕’에 버금가는 모욕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시국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돌아오는 5월에는

올해 5월에도 광주를 기억하는 책이 나왔다. 올해는 5.18 43주년이다. 4.3사건 75주년이기도 하다. 학살 가해자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사과로 이번 5.18 추념식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 책의 시작도 바로 그 학살 가해자를 분석하면서 출발한다. <오월의 정치사회학>은 그동안의 5.18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거나 미진한 부분을 보충해나가는 책이다. 특히 가해자의 행동 동기를 분석하고 대중의 침묵을 조명한 점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더하여 국가의 학살 은폐와 학살의 발생 원인을 사회학적 요인으로 분석하여 다룬다.


저자는 가해자 중에서 징집된 일반 군인을 분리해내는 시도를 한다. 군인들은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국가의 부름에 의해 의도치 않은 명령을 수행한 국가폭력의 대상자이며 사건의 목격자이다.


더불어 광주가 철저히 고립되는 데 기여했던 대중의 외면에는 언론통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애초 공인방송에서는 검열된 정보가 흘러나오고, 모두가 적(간첩)으로 가리키는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정보만이 진실인 상황이었다. 더불어 도덕적 우위를 가진 사회엘리트들의 침묵(물론 발설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암묵적 동조와 지지를 뜻하게 되었다.

대중들의 침묵 속에서 국가는 계엄령을 내리며 5.18을 사태로 규정한다. 당시 국가의 논리를 바탕으로 공론장에서 아직도 5.18을 부정하는 상황을 두고 저자는 적극적 제지를 촉구한다.


학살 이후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는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학살을 가렸다. 망각의 홍수 속에서 저자는 국가가 만든 공적 기억에 대항하는 저항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주목하자고 한다.


학살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는 곧 민주주의의 내면화이다. 이 때문에 5.18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의미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반성과 함께 과거 정권의 논리를 답습하고 부인하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또 거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반드시 반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월의 정치사회학 - 그날의 죽음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
오월의 정치사회학 - 그날의 죽음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래서 세계 어디를 가든 장례 문화는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형태는 다를지언정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추모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죽음은 애도받지 못한 채, 송두리째 세상에서 잘려나간다.


제노사이드를 다룬 여러 책들을 읽다 보면, 가위가 색종이를 자르듯이 너무 쉽게 뭉텅이로 잘려나간 사람들이 보인다. 몇십만명이라는 숫자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아 정말 끔찍하구나. 심각하구나. 라는 파편적인 감상에서 멈추게 된다.


다른 책들이 제노사이드가 일어났던 발단전개과정, 학술적 정보 측면에서 더 뛰어날 수 있겠으나 이 책은 실제 학살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오는 무게감을 정말 묵직하게 전달해 준다. 죽은 사람들을 숫자로 마주하는 게 아니라 공간으로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전달해 준다. 학술적인 책뿐만 아니라 이런 책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 모습을 간접적으로 마주하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제노사이드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과거는 과거의 일일 뿐 아니냐고. 나는 이 말을 아주 싫어한다. 시간이 과거/현재/미래인 줄 아나? 과거의 모습이 쌓여서 지금의 모습이 되고 현재가 된다. 세계 인권 헌장이 무슨 연유로 만들어졌는가? 대규모 학살 사건에 정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자연스러운가? 사상의 자유는 언제부터 누릴 수 있는 것이었나?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다 보면 손에 쥐고 있는 권리가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기억하겠다는 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책임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 20세기의 제노사이드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누군가는 여행기 읽고 너무 비장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글쎄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감상평 치고는 오히려 얄팍하고 너무나도 타인의 시선인 게 아닐까.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 타인의 고통이, 떠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 타인의 고통이, 떠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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