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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 게임의 여왕 (시드니 셀던)

 시드니 셀던표 똑똑하고 의지와 욕망이 끓어 넘치고 돈과 권력을 지닌 인물들이 우르르 나와 막장 드라마를 펼친다. 케이트 블랙웰의 아버지나 케이트 본인의 젊은 시절 이야기까지는 흥미진진한데 불쌍한 아들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가능하고, 사이코패스 손녀는 현실감이 없다.

게임의 여왕
게임의 여왕
985. 꽃은 알고 있다 (퍼트리샤 윌트셔)

 식물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범죄 수사를 돕고, 법의생태학 분야를 개척했다. 25년 간 참여한 사건이 300여 건이라고. 어린 시절과 노년의 감식 작업 활동을 번갈아 보여주는 구성인데 CSI 같은 자극적인 내용은 없어도 무척 몰입해 읽었다. 저자의 곧은 마음이 느껴진다. 문장도 유려하다.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어머니는 내가 찾은 그림보다 더 인정사정없고, 더 아름답고, 심지어 더 진실되어 보이는 그림 앞에 서 있었다. 14세기에 활동한 피렌체 출신의 니콜로 디 피에트로 제리니라는 거장이 그린 그림이었다. 특징 없는 금색 배경 앞으로 매우 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 게 확실한 젊은이를 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은 '통곡' 혹은 '피에타'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어머니는 늘 잘 울었다. 결혼식에서나 영화관에서나 눈물을 흘리곤 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가 심장이 부서지는 동시에 충만해져서 그렇게 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깨워서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랜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
[알라딘] 나를 살린, 책

알라딘에서 ‘나를 살린, 책’이라는 주제로 여러 작가들에게 에세이를 청탁했고 저도 참여했습니다. 저는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를 꼽았어요. 원문 링크는 글 아래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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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지인들 중에 나를 두고 ‘쟤는 언젠가 자살할 것 같아’ 하고 여기는 사람이 몇 있었다.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그랬는데, 친한 사람일수록 나를 더 그렇게 본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 적이 있다. 딱히 내가 “죽고 싶다”고 말하거나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은 없다. 그냥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모양이다. 사람이 별로 씩씩해 뵈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자살보다는 영생을 훨씬 더 바란다. 안전하고 저렴한 불로장생약이 개발된다면 먹을 것 같다. 언제든 자살을 선택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그 약을 복용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가끔 자살에 대해 생각하기는 하는데, 내가 얽히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상상은 아니다. 어떤 추상적인 개념, 철학적 문제로서 머리에 떠오른다. 카뮈도 그게 철학의 근본적 질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죽음에 대해서는 아주 자주 생각한다. 사람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대개 진지해지는데, 그래서 나는 제법 진지한 기분으로 살아간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자살하게 된다면, 그때 자살 사유는 ‘괴로워서 못 살겠어’가 아니라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지녔던 한줌의 씩씩함마저 나이가 들어 사라지면서 그런 질문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주 유독한 시간은 아니지만, 점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 밀폐된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다시 말해 천천히 자살하는 기분이다. 한편 나는 제법 진지한 사람이기에, 그런 때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괜찮고 잘하고 있어’ 따위 조언은 답이 되지 못한다. 무성의한 농담처럼 들릴 뿐.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에세이가 아니라 철학 책들이 꽂힌 100번대 서가를 기웃거린다. 결국 답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그다지 씩씩하지는 못한 발걸음으로. 필로소픽 출판사의 ‘미닝 오브 라이프(Meaning of Life) 시리즈’를 그렇게 알게 됐다. 이 시리즈는 모두 19권이 나왔는데 책이 다 좋다. ‘나와 세계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출판사 모토도 좋다. 특히 14번째 책인 『인생의 모든 의미』를 좋아해서 되풀이해서 읽고 있다.


『인생의 모든 의미』는 철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존 메설리가 쓴 교양철학서다. 100명이 넘는 사상가들의 주장을 짧게 요약한 책이긴 하지만 ‘금방 읽는 서양철학사’ 유의 구성은 아니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칸트가 나오지 않는 대신 덜 알려진 현대 철학자, 소설가, 시인, 신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미래학자, 물리학자, 컴퓨터과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생각들은 탄생 순이 아니라 답변의 범주 순으로 소개된다.


삶이 무의미하다는 답변들, 삶에 의미가 있다는 답변들, 삶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는 답변들이 각각 한데 묶인다. 삶이 무의미하다는 답변들은 그래서 좋다는 답과 좋지 않다는 답으로 나뉜다. 삶에 의미가 있다는 답변들은 그 의미가 신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의미를 발명하는 건지 발견하는 건지로 구분할 수 있다. 삶의 의미에 대한 불가지론적 답변은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 질문은 의미 있지만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인지로 갈린다. 메설리는 각각의 답변 범주에 대해 적극적인 논평을 하고, 뒷부분에서는 자신의 결론도 제시한다.


아내에게도 이 책을 적극 권했고, 아내도 결국 이 책을 사랑하게 됐다. 우리 집 거실 소파 옆에는 협탁이 있는데, 거기에 늘 이 책이 놓여 있다. 나는 가끔 이 책을 펼쳐 아무 페이지나 읽어보곤 한다. 어느 날은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합리적 결심만으로는 삶을 버틸 수 없고, 충분한 증거가 없어도 선의 궁극적 회복력을 믿어야 한다는 존 코팅엄의 주장을 마주친다. 어느 날은 대답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질문은 무의미한 질문이며 따라서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묻는 행위 역시 무의미하다는 폴 에드워즈의 견해를 맞닥뜨린다. 나는 코팅엄이나 에드워즈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쉽게 반박하지도 못하기에, 그 자리에 서서 오래 생각한다. 큰 질문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는 성서를 조금씩 읽으며 묵상하는 습관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종이책을 무척 깨끗하게 읽는 나와 달리 아내는 책에 포스트잇을 많이 붙이고,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한다. 덕분에 아내가 인상 깊게 읽은 문장들이 뭔지 알 수 있다. 금욕적인 전사 성향인 아내는 빅토르 프랑클, 마이클리스 마이클, 피터 콜드웰을 좋아한다. 도발적인 생각들에 끌리는 나는 결국 인생의 의미는 원하는 바를 얻어 만족하는 것―그게 ‘빠른 자동차와 멋진 여자’라 할지라도―이라는 레이먼드 마틴의 주장을 곰곰 들여다본다. 밑줄은 치지 않지만.


아내도 나도 좋아하는 대목은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가 나오는 부분이다. 테니슨의 오디세우스는 이타카를 떠나며 자신의 목적은 ‘죽을 때까지 항해하는 것’이라고 읊는다. 메설리는 ‘우리는 집을 발견할 희망 없이 싸우면서 우리 삶의 의미와 짜릿함을 발견한다. 율리시스에게 의미란 몸부림이다.’라고 썼다. 아내보다 좀 더 의심이 많은 나는 ‘정말 그럴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는 한다. 그래도 멋진 항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나무 등걸을 붙잡고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을 치는 기분이 든다. 천천히 자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기분이다.


https://tobe.aladin.co.kr/n/177662


인생의 모든 의미 - 삶의 의미에 대한 101가지 시선들
인생의 모든 의미 - 삶의 의미에 대한 101가지 시선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은 대체 누가 붙는걸까?

아무리 받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불합격 메일.

중요한 무언가를 내가 놓친 걸까?

자괴감이 드는 날.

사람과 과일이 함께 써내려간 이야기들

작가의 표현대로 공장이나 마찬가지인 환경에서 자란 과일들이 소비되는 시대에, 과일의 역사를 논한다고 하면 그냥 농업 노동의 역사를 좀 낭만과 섞어서 - 대개는 낭만의 대가로 더 빡센 노동을 하며 - 풀어주는 책이려나 지레짐작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편견과 지식 부족을 반성하면서 즐겁게 잘 읽었다.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과일을 먹고 과수원을 발전시키려던 인간의 노력을 생각하면 과일의 인간 길들이기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나무가 씨앗을 퍼트리려 단 맛의 과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주 언급되지만, 그걸 먹으려고 머리를 굴리면서 영장류의 지적 능력과 뇌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는 시작부터 놀랍다. 당분 들어간 식량을 먹겠다는 절박함이, 지금의 뇌와 더불어 식탐, 뱃살로 계승된 것일까...약간 낯선 야자나무 농업, 고대의 정원들(높은 수준만큼 정원사들 노동 강도도 빡셌던...), 아르간나무가 그냥 모로코 특산이 아니라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것, 루이 15세는 프랑스에서 키운 파인애플을 먹었다는 것 등등, 관련된 재미난 정보들이 빼곡하다. 그리고 과일에 대한 작가들의 글, 미술작품도 많이 실려서 시각적인 재미도 쏠쏠하다. 명말의 과일 목판화에 나온 불수귤의 모습을 믿을 수가 없어서 검색해보고 더 놀랐다. (그림이 좀 필터링이 되고 훨씬 운치가 있다) 그리고 참 슬픈 서바이버, 코르비니안 아이그너의 이름을 안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에 감사할 이유가 충분하다.

먹거리, 문화적 자산, 자연과 함께 사는 미래에의 투자...저자가 말한 것들을 기억속에 얼마나 오래 간직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진열된 과일들을 볼 때마다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은유

'대대손손 소통 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됐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무심함이 무뚝뚝함, 남자다움으로 미화된데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안가르쳐주니까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모른다. 모르고 편하게 살다가 죽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한평생 고생만하다가 죽는 여자들도 많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반짝반짝 샛별야학> 북토크에 다녀왔다.

4월이라기엔 너무나 포근했던 지난 주말, <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여태껏 많은 북토크에 갔지만 루프탑에서 하는 북토크는 처음! 날씨가 좋아 폴딩 도어 열어 놓으니 바람이 선선, 시끄러운 홍대 바닥에서 여기가 극락이구나.

작가님한테 그냥 궁금한 거 물어봤을 뿐인데 선물까지 주는 북토크는 또 처음! 선물로 받은 김장조끼 입고 집에서 한 컷 찍어보고. (레트로한 빈티지 스타일로 볼드한 핫핑크의 플라워 패턴, 내추럴한 핏감으로 어반 컨템포러리 보헤미안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

북토크 끝나고 2차로 뒷풀이까지 가는 북토크는 또또 처음! 중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못다 한 얘기하고 각종 사업 구상까지.


세상살이 고달플 땐 북토크에 가자! 

20240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애정하는 뚱럽님의 블로그


문학은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슬픈 사람을 향해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시인 헤더 크리스털은 스물한 살 어느 비 내리는 이삿날, 차에 짐을 가득 싣고 한 시간을 달리다가 문득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비가 올 때 차 안에서 울면 마치 앞유리의 와이퍼가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그리고 위로의 와이퍼," 문학은 폭우를 멈출 수도 없고 비극을 없앨 수도 없다. 아마도 내가 썼던 시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의 고통에 직접 가닿지 못했을 것이다. 비 오는 날 유리 위의 와이퍼가 차 속에서 울고 있는 이의 얼굴에 가닿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는 비가 내리고 한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서 가고 있다. 그가 무사히 가던 길을 갈 수 있도록 유리창을 부지런히 닦아대는 길고 가느다란 손들, 볼품없고 분주한 손들, 그것이 문학이라고 믿어보자. 문학은 죽은 자를 기억한다. 보잘것없는 우리가 멈추지 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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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엄마는 10년 지나도 답을 듣지 못했다 (hani.co.kr)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

이 책은 2021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23년 김영사에서 나왔다. 번역가 김명주 씨의 번역은 아주 훌륭했다. 때때로 譯註(역주)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함 등은 모든 번역자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모두다 잘 아는 것처럼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한국 대중들에게 대단히 익숙한 과학자다. 이 책을 선택한 배경은 이 책의 제목이 앞으로 과학책 독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향과 함께 어떤 책들을 고르면 좋을까하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희망 사항에 있었다. 다행히 그런 바램은 상당히 충족된 것 같고 거기에 더해 어떤 쟁점에 관심을 가져야할지도 알게 되었다.


진화론은 기본적으로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이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자연 선택은 적응을 통해 실현이 된다. 다만, 진화의 과정에서 성 선택sexual selection과 이타주의alturism의 개념은 자연 선택 개념만으로는 충분이 설명이 되지 않았는데 리차드 도킨스가 이타주의 문제를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 잘 풀어낸 학문적 공로가 지대한 것으로 보인다. 


성 선택 이론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요지는 자연에서는 미인 콘테스트를 통해 수컷이 성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들이 미남 콘테스를 하고 암컷들이 성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공작새들의 멋진 꼬리, 그리고 바우어새가 훌륭한 둥지를 꾸며 암컷 새를 유혹하는 행위 등을 예시한다. 자연 선택 입장에서 이런 행위의 과시성, 자원의 비효율적 소모 등은 불합리해 보이나 그것이 진실이었다. 기본적으로 유성 생식을 통해 자손을 재생산하는 동물들은 이와 같이 雌雄(자웅)의 다양한 교배를 통해 엄청나게 다른 형질들을 유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자들을 약간 하대하는 과학계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물리학은 기본적으로 펜과 인간의 머리로만 가능할 것이다. 반면, 생물학자들은 오지에서 오랜 시간, 온갖 생명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생명 현상을 연구해야만 한다. 이곳에서도 일종의 사농공상과 같은 위계 의식을 발견하고 可笑가소하지 않을 수 없다.


19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하고 난 뒤 그로 인한 사회적 역사적 파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그가 원고를 완성하고 난 뒤에도 20년이나 시간을 끌었던 것 역시 이런 사회적 파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100년이 더 지난 다음 그의 주장은 수많은 과학적 실증으로 더욱 더 견고해지고 있다. 그 요체는 단세포 생명은 물질에서 시작되었고 그 단세포 생물이 모든 동식물의 시원이며 인간 또한 그 연장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쥐, 고양이, 개 등 우리 주변의 동물들은 인간과 대부분의 유전자가 일치하며 침팬지는 진화의 계통수에서 고릴라보다 인간과 더 가깝다는 사실 등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여전히 기독교적 세계관에 지배되고 있던 사람들이다. 동물과 인간의 친연성은 고사하고 인종간의 차별 의식, 남녀 간의 차별 의식이 너무나 뿌리 깊었던 사회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진화론적 사촌 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가히 충격을 넘어 혁명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진화 심리학이 좀 더 관심을 끌었다. 보통 뇌의 구조를 살필 때 변연계와 같은 구뇌old brain와 대뇌 피질new brain을 구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본능과 문명적 마인드라는 단순 이원론말고도 다양한 주제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스티븐 핑커의 언어학 등이 이런 진화 심리학 연구의 한 분야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의 언어학은 칸트와 같은 독일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선험적 인식론에도 연결시킬 수 있는 주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편, 사회 과학이 정치적 진영간의 塹壕(참호)전장으로 되거나 그런 긴장 관계에 있을 수 있는 학문 영역이란 생각은 했지만 자연 과학도 그와 못지 않으리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적어도 여기서 유신론과 무신론간의 첨예한 대립이 사회 과학의 좌우익 갈등 못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창조’란 말을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데 리차드 도킨스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용어의 선택은 무지 몽매, 반과학적, 반근대적 표상의 전형이었다. 리차드 도킨스는 무신론자라기 보다는 거의 反(반)신론자에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다(부언하면, 반종교적일 뿐만 아니라 반신론적이다).


지금 이슬람 사회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치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서도 인구의 45%는 창조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지지한다고 한다. 영국은 헌법에서 성공회가 국교인 나라다. 하지만, 미국은 헌법에서 정교의 분리를 명문화한 근대 최초의 공화국이었다. 영국, 서유럽보다 미국 사회가 더 반과학적인 것처럼 보인다.


존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는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기가 있는 스위스의 CERN연구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존 브라운은 살해되는 여주인공 아버지를 통해 “종교와 과학이 궁극적으로 화해할 시간이 올 것이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존 브라운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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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STARMAN의 반짝반짝 문장수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개정증보판원미동 사람들GO여행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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