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늘 재미없는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강원국, 김민식 두 작가가 공동 집필한 말하기에 관한 에세이.
반복해서 언급되는 김민식의 '2020년 한겨례 컬럼 사태'라는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흥미로웠다. '사태'라는 워딩을 쓸만큼 개인에게는 너무 크고 중차대한 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평생 몸담은 MBC에서 명예퇴직을 선택했으리라 미루어 짐작.
검색해보니 관련해서 반성문도 쓰고 뭔가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이슈가 되었던 거 같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일반 대중의 상당수는 의외로 별 관심이 없다. 정말이지 너무 관심이 없어서 미안한 기분마저 들었다.
친구 죽음과 겹쳐 그려내기 힘들기도 했지만.
기존의 경제 성장에 한계가 왔으며, 신경생물학과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인간 자체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발전할 거라고 한다. 트랜스휴먼이라는 용어만 나오지 않았을 뿐 트랜스휴머니즘 초창기 서적이다. 물질적인 진보의 한계가 왔다는 주장의 근거로 임금과 생산성 정체를 드는데, 책이 나오고 몇 년 뒤 인터넷이 보급되었다.
저자는 글 잘 쓰는 물리학자. 도시를 선도 악도 아닌, 우리가 긍정해야 할 하나의 생태계라는 관점으로 보면서 현대 도시를 만든 과학적 발견과 기술을 소개한다. 도시를 떠받치는 근본 요소는 재료, 에너지, 정보이며, 비둘기나 바퀴벌레 같은 동물은 도시 덕분에 번성했다. 궤도 엘리베이터, 우주 개척지 등 미래의 도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현대문학 (240224~240225)
❝ 별점: ★★★★
❝ 한줄평: 힌트 없음, 그러나 희망은 있음
❝ 키워드: 사람 | 미래 | 시간 | 빛 | 희망 | 삶 | 벽 | 질문 | 대답 | 의문
❝ 추천: 힌트는 없어도 질문과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삶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
❝ 나는 이제 ‘나’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부분을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의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점을 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
/ 에세이 | 후추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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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마지막’에 있는 희망. 그렇지만 ‘가장 마지막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서 무거운 사람들의 뒤통수’(「가장 마지막 수업」 부분, p.39). 판도라의 상자에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던 것이 희망이었던 게 떠올랐어요. ‘가장 마지막’은 어디일까, 또 희망이 정말 ‘가장 마지막’ 순간에 찾을 수 있는 것이기는 할까. 우리에겐 그 답에 관한 아무런 힌트도 없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믿고 나아가야겠죠.
✦ 시도 시지만 에세이가 참 좋았던 시집입니다.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나가며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점을 보고, 또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시인의 에세이가 좋아서 시인의 다른 시집이 궁금해졌어요. 문학동네의 시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로 알게 된 시인인데, 핀시리즈에 안미옥 시인의 시집이 있길래 이 시집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힌트 없음』 다음에 출간된 시집인 문학동네시인선 187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가 엄청 궁금해졌고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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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향해 복을 빌어주는 일을 배워서
너의 시간을 축복해야지
네가 어딘가에 도달할 때까지
너의 흰 재의 시간
마른 장미의 시간을
/ 「애프터」 (p.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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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이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서려 할 때
대체 희망은 어디 있는 거지? 물음이 들려올 때
옆에 앉은 사람이 작게 말했다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있다고
가장 마지막은 어디일까 알 수 없어서
돌아가려던 사람들의 뒤통수가 무거워졌다
/ 「가장 마지막 수업」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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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초. 오랫동안 삶은 밀고 나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했고. 1초. 왜 한 방향의 질문만 갖고 있었을까 생각했고. 1초. 이제부터 삶은 밀려들어오는 것을 막아서지 않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가능하고 무섭다.
/ 「렌탈 테이블」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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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쓰는 미래는 언제나 과거에 있었다 마치 태어나는 일처럼
/ 「공 던지는 사람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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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옆에 있는 것은 가짜가 아니다. 진짜 옆엔 아무것도 없다. 부를 이름이 부족해서 진짜라고 하는 것. 진짜는 무수한 다른 것들의 이름. 안으로 들어가면 넓고 깊다. 알게 된다. 커지는 알갱이. 많아지는 알갱이.
/ 「힌트 없음— 질문과 대답」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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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좋은 후추가 되고 싶다는 말과 얼마나 다를까. 예전엔 무턱대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단어나 문장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위선은 아닐까. 그 문장이 나의 테두리가 되어 나를 가두고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 테두리를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다. 매일 만들고 깨닫고 그리고 다시 부수면서 살고 싶다. 말에 갇히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함몰되지 않고. 쓰는 일이 그것을 조금은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 에세이: 「후추」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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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조망」
✎ 「아주 오랫동안」 ⛤
✎ 「애프터」 ⛤
✎ 「모빌」
✎ 「펭귄 섬에 있다」
✎ 「가장 마지막 수업」 ⛤
✎ 「렌탈 테이블」 ⛤
✎ 「기시감」
✎ 「해운대」
✎ 「변천사」 ⛤
✎ 「공 던지는 사람들」 ⛤
✎ 「핀트」
✎ 「그런 것」
✎ 「파이프가 시작되는 곳」
✎ 「힌트 없음— 질문과 대답」 ⛤
✎ 「미래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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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40223~240224)
❝ 별점: ★★★★☆
❝ 한줄평: 실패는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어떤 사람
❝ 키워드: 마음 | 꿈 | 슬픔 | 기분 | 어둠 | 실패 | 마지막 | 끝 | 이야기 | 존재
❝ 추천: 좌절하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그 이후의 삶을 이어나가는 화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어쩔 수 없는 실패, 그 이후에도 삶이 있음을 증명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때에도 조금 울겠지. 그러나 훨씬 담담하게 울 수 있게 되겠지. ❞
/ 에세이 | 나의 디바 주동우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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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목소리를,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나를 혼잣말로 두지 않아 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 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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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웃는다 너는 바보처럼 웃는다 너는 다 알겠다는 듯이 웃는다 모든 것은 네가 만든 지옥, 모든 것은 네가 만든 실패, 너는 실패의 지옥에서도 지키려고 애를 쓴다 부서져도 전부 부서지지는 않으려고 어딘가 안쓰럽게 애를 쓴다 다시 붙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끝까지 완전하게 웃지는 않고 버틴다
/ 「한 줌의 사람」 (p.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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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빛에 대해 생각하면 미래에 도착한 것만 같다 미래에 도착해서 나는 과거를 지켜본다 이미 도착해서 과거의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무미건조하게, 어떤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러면 실패한 기분이 사라질까,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나는 타인에게 말을 건넨다 타인에게 말하면서 타인의 마음이 진정되기를 바라지만 나는 나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오방을 돌아본다
/ 「증명할 수 없는 사람」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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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지 모든 것은 그냥 일어나기도 한단다, 내겐 부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의 부리로 네 깃털을 가다듬고 윤을 내어줄게,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일들이 너를 미워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니까, 이제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올겨울에는 연탄난로 곁에서 같이 얼린 홍시를 나눠 먹어야지.
/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p.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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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간 다음에야 내가 건너온 것을 돌아볼 수 있겠지 건너왔지만 건너온 것을 모르기도 하겠지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사각 행거에 달아놓은 소원 쪽지들이랑 라탄 바스켓에 담아둔 마른 옷들을 매만지며 아직도 이런 것이 남아 있구나, 꿈속에서는 내가 아직 없어지지는 않았구나 옷 속에 얼굴을 파묻고 흘러가는 시간이 있기도 하겠지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조용히 흘려가는 꿈, 사람들은 일을 하고 철근 공은 움직이고, 하나의 꿈을 열고 또 하나의 덧문을 열면서 나는 자꾸자꾸 흘러가고 있었어.
/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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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기로 선택해서 너의 목소리는 이야기가 된 거야, 여전히 너는 어둡고, 마침내 실패했고, 실패한 것은 작은 사건일뿐 눈을 가리는 진실은 아닌 거라고, 내가 여기 있을게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흘러가겠지만, 이제 우리 이 긴 겨울을 같이 흘러가자 오각형으로 팔각형으로, 꺾어지고 굽혀지다가 다른 세계와 섞이고 가늘어지고 결정이 되고 눈발이 되어서 다 잊어버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조금씩 흩날리기로 하자 웬 검은 눈이 내린다고, 아주 긴 오지의 시간 여행을 해온 눈이라고, 사람들은 입술을 모으겠지만 볼주머니에 도토리 열 개는 집어넣은 다람쥐의 마음으로 울지도 웃지도 않으면서 내가 너의 목소리에 목소리를 덧댈게 너를 절대 혼잣말로 두지는 않을게.
/ 「들어줄게 너의 이야기를」 (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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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기차를 타고 밤 약속」
✎ 「안개 숲」
✎ 「무호흡」 ⛤
2부
✎ 「작은 선물」
✎ 「한 줌의 사람」 ⛤
✎ 「윤슬」 ⛤
3부
✎ 「증명할 수 없는 사람」 ⛤
✎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
✎ 「다하지 못한 마음」 ⛤
4부
✎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 ⛤
✎ 「들어줄게 너의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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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각종 자가면역질환에 아파하고, 치료받고 싶어하고, 의학과 사회와 마음을 연구하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정말 존경스럽다. 아무리 혼자 쓰는 감상문이라도 너무 짧고 단순한 감상이 아니냐 싶으나, 정말 그런 걸 어쩌랴.
자가면역질환 환자들도 드물지 않고, 그정도는 아니어도 통증은 엄청난데 당장 죽네사네 하는 병은 아니라 병원서 푸대접받는 경험을 한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치료 끝나면 나으니까 참지만, 신체적 고통을 무시당하면 정말 힘들다. 그런 경험을 거의 평생 하면서, 이 고통이 잠시 멈출 때는 있어도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한다면 나는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냥 하루 버티기도 힘들텐데 이런 유익한 책을 내다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진료와 관련된 사회 시스템,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세상에 있다고는 해도 무슨 아픈 게 내가 긍정적이지 못해서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 가족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 아픔을 통해 지혜로워졌으니 좋은 거 아니요 드립(개인적으로 진짜 싫어하는 말. 난 아무 것도 몰라도 좋으니 고통 필요없다) 등 각종 관련 이슈에 더해 어떻게든 아픈 게 일상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하루를 꾸려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상당히 묵직하게 와닿는다. 노래 가사처럼, 정말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저자도 나도.
영화가 신기할 정도로 낡았는데 감독이 늙어서 발생하는 문제. 2000년대 학번으로 추정되는 주인공의 대학 시절 작가를 꿈꾸며 상실의 시대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는다. 한국 영화 감독들은 쑥과 마늘을 먹고 버티던 한민족의 후손답게 어떻게든 긴 시간을 버텨낸다. 그러다보면 가끔 기회가 오기도 하고 그간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펼쳐내다보니 10년 전 20년 전의 유통기한 지난 컨텐츠가 아무렇지도 않게 담긴다. 메타인지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미술수업 가는 길에 있는 독립서적 전문 서점에서 빌린 책인데, 지난 주가 만기인데 잊고 이제 가져다 주네. <깊은숨>에서 문학상 수상작가의 그 후 십 년 간의 삶을 보았는데, 이렇게 독립출판 작가들의 삶은 어떤지? 아, 멀리서 찾을 이유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