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어떤, 작가 - 조영주

솔직한 사람은 매력있다. 솔직한 글은 재미있다. 앞 부분 글 몇 개만 우선 읽어볼까 했다가 앉은 자리에서 절반 이상을 읽어버렸다.


어떤 작가는 남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한 일을 과시하지 않는다.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다. 어떤 작가는 그저 계속해서 글을 쓴다.

어떤, 작가
어떤, 작가
브로카의 뇌

이 책은 아인슈타인1879-1955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되었다고 한다. 2020년 민음사의 사이언스북에서 나왔다. 홍승효 선생은 지난 번 읽었던 같은 헬레나 클로닌의 ‘개미와 공작’의 같은 번역자이기도 하다. 영어와 과학 모두에서 상당한 실력자임을 잘 알 수 있었다. 


다만, 영어의 개념을 한자어로 옮기면서도 한자를 부기해 뜻을 이해시키는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된 과학 개념을 번역할 때 표의문자인 한자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유리한 조건이고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한글 국수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면 한자어 번역을 피하고 한글만 사용하는 방법의 효용성과 실용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익숙한 腦皮質(뇌피질)과 같은 단어 대신 ‘뇌겉질’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세 개의 한자 중 굳이 ‘가죽 皮(피)’만을 ‘겉’자로 대신하고 나머지 두 글자는 한자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불쑥 불쑥 영어나 한자를 부기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생소한 개념의 단어들을 무책임하게 독자들에게 툭툭 던져놓은 것과 같은 번역 행태가 너무도 자주 발견된다. 


우리말의 명사에는 대개 한자가 숨어서 그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예전처럼 한자 교육이 충분할 때는 그 숨어 있는 의미에 대한 양해가 충분히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조차도 한자 학습과 멀어지면서 점점 그 한자어를 감으로 추측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전근대 사회는 중국의 선진 문화를 수용함으로써 나름의 문화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근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영미를 중심으로 한 서양의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현재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최고의 역량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 아니면서도 ‘한글’이라는 고유의 언어 매체를 통해 그들의 사상을 수용하고 이용해야 하는 것이라면 한자와 영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과정은 필연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한글은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그 표음 체계가 훨씬 더 우수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많은 한자의 동음이의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한글은 일본어만큼 한자를 많이 사용해야할 수고는 덜어주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 한자의 굴레?를 벗어던지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어리석어 보인다. 우리의 문화적 학문적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성실한 한자의 부기와 사용이 적절해 보인다. 한자는 한글의 현재를 우리의 미래로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소중한 언어 문화 자산이라는 사실에 대한 각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전근대 역사와 문화는 한자의 은혜를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과학에 무지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무지의 종류는 말 그대로 과학적 지식에 대한 무지와 깊이 오염된 誤解(오해) 또는 무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칼 세이건이 항상 그렇듯 대중에게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육하는 데 열심인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렇듯 적극적으로 유사과학과 맹목적인 종교와 신앙에 대해 조목 조목 반박하는 모습은 건강한 시민 사회 또는 진보적 사회를 위해 대단히 모범적이고 존경스런 모습으로 읽혀진다. 이런 태도는 리차드 도킨스와는 많이 비교되는 것 같다.


빅뱅 이전은 시공간이 없는 ‘무’의 상태처럼 보인다. 빅뱅 이전과 빅뱅 이후의 3초의 시간에 대해서 아직까지 현대 과학은 명쾌하고 설득력있는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칼 세이건은 과학의 전지전능, 무소불위를 말하지 않는다. ‘과학’은 종교나 이데올로기, 신념의 대체물이 아니라 하나의 비판적 과학적 사고방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칼 세이건은 종교와 과학의 택일적 사고를 강요하는 듯한 전투적 진영 논리를 止揚(지양)하고 있다. 과학적 진실처럼 사회적 진실에 대해서도 미신과 오해에 사로 잡힌 대중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하는 사례를 칼 세이건은 모범 답안처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칼 세이건이 살아 있던 시절에 100가지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하나 또는 둘을 기후 변동의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밀란코비치의 이론을 최신 이론으로 소개한다. 이 세르비아 출신의 슬라브 과학자는 서방 세계에서 분명 일정 부분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첫째, 지구 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날씨는 ‘태양’ 활동에 의해 규정된다. 태양의 나이는 46억 년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은 성장기를 지나 현재 왕성한 중년의 나이로 접어 들었다고 한다. 태양은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에 항상 일정하게 고른 에너지를 보내주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지구 공전 궤도의 離心率(이심률)이다. 현재 태양계는 한 개의 태양만이 존재하지만 우주는 태양계와 같은 외항성계 보다는 2개 이상의 태양이 존재하는 다중항성계의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따라서 각 항성계의 행성들의 궤도는 이 두 개 이상의 태양에 의해 지배되기 마련이다. 이는 최근의 넷플릭스 SF영화 ‘삼체’에서처럼 그 행성의 거주자들이 이 세 개의 태양의 중력에 동시에 지배되면서 그들 행성의 생존 조건이 나빠져 지구를 침략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지구도 이 삼체의 항성계만큼은 아니지만 목성이라고 하는 거대 행성에 의해 지구 공전 궤도에 일정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지구의 궤도가 타원형으로 찌그러지면서 태양 에너지를 불균등하게 받게 되고 이것이 기후 변화의 한 원인으로 이해되고 있다.


셋째는 자전축 傾斜(경사) 변화와 이로 인한 세차운동이다. 지구의 자전축은 22.1도-24.5도 사이 약 2.4도를 약 41,000년의 주기로 반복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지구의 자전과 공전 궤도가 변화하게 된다. 현재 지구는 23.44도 경사에 있고 22.1도쪽으로 기울어 가는 중이라고 한다. 서기 10,000년이 되면 22.1도에 이르게 되고 暖冬(난동)과 冷夏(냉하)의 기후가 된다고 한다.


밀란코비치의 이론은 다른 여러가지 과학적 가설과 마찬가지로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인간에 의한 CO2 배설이 원인라는 가설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각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다소 유사과학 문제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교적 체험에 대해서도 과학적 설명을 하려는 노력을 한다. 유사과학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랄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지만 ‘臨死임사체험’에 대해서는 ‘臨生(임생)체험’이 우리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가 발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식의 나름 설득력있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임생체험이란 태아가 자궁을 통해 출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자궁 속에서 세상을 나와 세상의 빛을 처음 경험하고 산파 또는 산부인과 의사 등의 실루엣을 임사 체험의 신과 대비시키는 것이다. 


세상의 부와 정치 권력은 불균등하게 편재하기 때문에 대중의 무지가 깊을수록 그 먹이 사슬의 상위에 있는 지배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착취 당하기 쉬운 것이 변하지 않는 인간 사회의 조건이다. 종교 또한 인류 역사에서 긍정적 역할 못지 않게 지배자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 온 책임이 크다. 따라서, 합리성을 결여한 유사과학과 종교적 행태를 비판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은 민주주의 시민사회 건설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독자를 전력질주시키는 이라크발 군상극

개인적인 견해지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지옥같은 이야기가 동화처럼 흘러가면 좀 각오를 해야한다. 대놓고 건조한 책들보다, 느닷없이 끔찍한 전개가 융단폭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그래도 이번엔 그정도는 아니었다. 아니지, 한 대목 한 대목 곰씹으면 비극이 가득한데 너무 꽉차서 수용감각이 마비되었는지도 모른다.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책 속의 상황들, 아마도 지금도 계속되는 이라크의 모습들을 생각하면 재미있다고 말하는데 죄책감이 든다.

폐품업자의 미친 짓 - 나중에 짤막하게 나름의 이유는 언급되지만 - 으로, 안 그래도 폭력이 난무하는 바그다드에 태어난 복수의 킬링머신이 어느 순간 명분도 잃어버리며 살기 위해 꿈틀이고, 그 와중에 거하게 캐릭터성 터지는 인물들이 - 강렬한 캐릭터가 강렬한 호감으로 이어지지 않기는 하다 - 얽혀들어가면서 정말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나 모르겠다. 폭탄 터지고 사람도 죽고 정신이 없는 마당에 무명씨의 추종자들이 선거 참여할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샌다(그냥 나에게 경건함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막판에 죽을까봐 걱정되던 유일한 인물이 안 죽었기 때문에 책을 덮으면서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흐르기도 했고. 이정도 작가의 책 번역이 한 권뿐이란 게 참 아쉽다. 영미권에 번역이 된 책 위주로 국내에 출판이 되니 어쩔 수 없겠지...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동조자

소설이 아닌 박찬욱의 동조자. 소설은 읽다가 중도 포기했는데 드라마는 제법 열중해서 봤다. 박찬욱의 강박적인 매치컷은 여기도 빈번한데 버드아이뷰가 저렴한 드론 덕분에 오염되었듯 매치컷 역시 틱톡과 무수한 숏폼 덕분에 피로해진 기분.

동조자
동조자
연간 1인 독서량 3.9권 시대...

2023년 문체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퍼센트로 1994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종합독서율은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 성인이 1년간 평균 3.9권을 읽었는데, 웹툰을 제외한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이라고 한다.


기사 전문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1810440000952


그믐에는 한달에만도 10권 넘게 읽으시는 애서가들이 많으신데 이걸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사랑 없는 세계
가끔 에펜 튜브가 아니라 손가락을 갖다 대고 부부부부 하고 볼텍스의 진동을 맛보며 마음을 달랠 때가 있다.
가끔
가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인생책 5문5답]과 [싱글챌린지]에 참여해 주신 회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더욱 더 활발한 독서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완수하신 분들께 교보문고 구독서비스 sam 무제한 30일 이용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교보 sam 무제한 30일 이용권이란?

  • 63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 다양한 장르의 책으로 지식과 영감을 얻으세요.
  • 오디오북으로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습니다.
  • 최대 5대 기기에서 이용 가능합니다.


선물 대상:

  • 인생책 5문5답에 참가하여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신 분 또는
  • 싱글챌린지에 참가하여 도우리의 모든 질문에 답해 주신 분


선물 신청 방법:

  1. [인생책 5문5답] 또는 [싱글챌린지]에 참가합니다. (아래 참가 링크 클릭!)
  2. 프로젝트를 완수한 뒤 해당 링크 (url) 와 자신의 그믐 닉네임을 적어 contact@gmeum.com 으로 메일을 보내 알려주세요.
  3. 확인 후 sam 이용권을 참가자의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4. sam 이용권을 활용해 즐겁게 독서 활동을 이어갑니다.



[인생책 5문5답] 참가하기


[싱글챌린지] 참가하기 




기타 사항:

  • 인생책과 싱글챌린지에는 여러 번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단, 1인당 부여되는 이용권은 최대 5개에 한합니다. 
  • 도전의 시작은 본 공지 이후 작성분부터 인정되며 과거 완수한 것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모임 개설일이 4월 19일 이후인 인생책5문5답 또는 싱글챌린지)
  • 이벤트는 종료 시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의:contact@gmeum.com 

20240419 [노래] Love wins all - 아이유

Love wins all - 아이유


Dearest, Darling, My universe

날 데려가 줄래?

나의 이 가난한 상상력으론

떠올릴 수 없는 곳으로

저기 멀리 from Earth to Mars

꼭 같이 가줄래?

그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

어떤 실수로

이토록 우리는

함께일까

세상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나쁜 결말일까 길 잃은 우리 둘 um

부서지도록 나를 꼭 안아

더 사랑히 내게 입 맞춰 Lover

Love is all Love is all

Love Love Love Love


결국,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서로일까

세상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나쁜 결말일까 길 잃은 우리 둘 um

찬찬히 너를 두 눈에 담아

한 번 더 편안히 웃어주렴

유영하듯 떠오른

그날 그 밤처럼,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산산히 나를 더 망쳐 Ruiner

너와 슬퍼지고 싶어 My lover

필연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일부러 나란히 길 잃은 우리 두 사람

부서지도록 나를 꼭 안아

더 사랑히 내게 입 맞춰 Lover

Our Love wins all Love wins all

Love Love Love Love

데미안 (미니북)

시련과꿈

태어나
태어나
최근 소설 출판계약서에 등장한 새로운 조항에 대하여

 

지난해 A 출판사와 소설 계약을 할 때 어떤 조항 하나를 처음 봤습니다. 당시에 저는 이 조항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수정했는데, 올해 B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서 정확히 똑같은 조항을 마주했네요. 아마 최근에 여러 문학출판사들이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 시작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좀 문제가 있습니다. 작은 문제 하나, 따져볼 문제 하나, 그리고 거의 독소조항으로까지 느껴지는 큰 문제 하나, 이렇게 세 가지 문제입니다.

 

누구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며, 출판계와 소설가들 사이에 논의가 필요하다 싶어 글을 올립니다. 출판 관계자나 소설가 분들이 이 게시물을 퍼 가셔서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업계 합의가 제대로 생길 때까지 소설가 분들은 계약서를 쓰시면서 이 조항을 맞닥뜨리시면 주의를 기울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문제의 조항은 [본조 ①항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는 직접 저작물의 2차적 이용에 관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수익배분의 비율은 ‘저작권자’ 90 %, ‘출판사’ 10 %로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출판계의 변화로 인해 생긴 조항입니다. 나날이 책 판매량은 줄어드는데 반해 영상화 판권 판매가 잘 되면서 작가의 2차 저작권 수익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작가와 영상 제작사 사이를 연결해주는 2차 저작권 에이전시들이 등장했고, 그런 에이전시들과 전속 계약을 맺는 소설가들도 늘어났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에이전시에 속한 작가들이 낸 책에서는 출판사들이 2차 저작권 수입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등장한 것이 위의 조항입니다. 풀어 쓰자면 ‘작가가 작품 영상화 권리 판매 중개를 우리 출판사가 아닌 에이전시에 맡겨도 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우리 출판사가 판권 수입의 10%는 가져가겠다’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 조항에 작은 문제, 따져볼 문제,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1) 작은 문제

 

2차 저작권 판매 수입을 작가와 9대 1로 나누겠다는 조항은 의미가 모호해서 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2차 저작권 판매 수입을 에이전시와 7대 3으로 나누기로 한 작가의 사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영화 제작사가 지불한 금액을 작가, 에이전시, 출판사는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언뜻 떠오르는 대로 60:30:10로 하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영화 제작사에 작품을 판매한 에이전시가 먼저 30%를 갖고, 나머지 70%가 작가의 수익이니까 그걸 다시 9대 1로 나눠서 최종적으로 63:30:7의 비율로 갖자는 말일까요?

 

혹은 에이전시는 작가를 위해 일하는 업체이니까 저 조항에서 수익을 에이전시와 작가 몫을 합한 개념으로 보고, 출판사가 10%를 가진 뒤 나머지 90%에서 작가가 에이전시에 자기 몫의 30%를 줘야 하는 걸까요? 그러면 비율은 63:27:10이 됩니다.

 

해석에 따라 작가, 에이전시, 출판사의 몫이 전부 제각각이 되어버립니다.

 

(2) 따져볼 문제

 

과거에 소설가들이 2차 저작권 판매 중개를 출판사에 맡겼을 때 출판사들은 판매 수익의 10~50%를 요구했습니다(30%가 가장 흔했습니다). 이때 그런 요구의 명분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작가의 책을 영화업체들에게 홍보하고 필름마켓에서 피칭하는 데 출판사가 공을 기울인다는 것이었습니다(실제로 그런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는 출판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계약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률 검토를 하는데 들이는 비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전문 에이전시가 그 두 가지 업무를 도맡아 할 때조차 출판사가 10%를 요구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제가 문의하니 “책이 출간됐기에 영상업계가 해당 IP의 존재를 알게 된 만큼 출판사도 영상화 권리 판매에 기여했다고 본다”는 답변이 왔는데 다소 군색하게 들리는 건 사실입니다. (관심 있는 소설가들에게 “요즘 무슨 원고 쓰느냐, 초고 완성되면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PD나 감독들도 꽤 많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출판사를 과도하게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많은 문학출판사들이 대부분의 신간에서 손해를 보다가 책 한 권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손익분기점을 넘는 책들이 가끔 나와야 계속 다른 저자들을 발굴하고 새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책들이 손해를 본다고 그걸 작가에게 배상하라고 하는 출판사도 없고요. 이런 구조에서 역할을 하던 2차 저작권 수익이 줄어드니 출판사로서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저렇게 출판사가 수익을 가져가는 게 길게 보면 소설가들, 특히 신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출판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다만 출판사들의 사정이 그러한 것과는 별개로 소설가들 입장에서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두면 저 조항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 같은데, 적어도 2020년대 초반까지는 이 조항이 흔치 않았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이 글을 씁니다. 다른 소설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3) 큰 문제

 

OTT 시대가 되면서 2차 저작권 수익이 아주 소액으로 길게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044년에 어떤 사람이 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넷플릭스로 보고 다음 달 저에게 10원 정도의 금액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뮤지션들이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그렇게 소액으로 돈을 매달 받습니다.

 

저 조항에 따르면 저는 그렇게 10원의 수익을 받았을 때에도 거기에서 출판사 몫을 떼어줘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횡령이 됩니다. 특히 (1)에서 ‘수익’을 에이전시와 분리해서 작가가 받는 돈이라고 봤을 때 출판사에 돈을 줘야 할 의무는 온전히 작가가 지게 되지요. 죽을 때까지 여러 OTT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수익을 각 작품별, 출판사별로 정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굉장히 잡아먹을 일일 텐데, 제가 늙고 병들어 그 일을 까먹으면 저는 횡령범이 됩니다. 실제로 그런 고발을 당할 가능성이야 높지 않겠습니다만,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하겠죠.

 

출판사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저 조항을 만든 것 같습니다. 저는 최소한 저 조항에서 ‘수익’은 ‘계약금 수익’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떠오르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장르살롱>이 시즌2로 돌아왔다!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꿈꾸는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김영사/책증정]우리...이 정도면 착한가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읽기[김영사/책증정] 투명 고릴라 실험, <보이지 않는 고릴라> 함께 읽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믿음직한 모임지기 '북카페안온'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
[안온지기와 함께 읽기]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 <샤이닝> [함께읽기]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 / 벌거벗은 세계사 정주행!불멸의 디스토피아 고전 명작, 1984 함께 읽기[창원 안온] <숨은 시스템> 함께 읽기<개소리에 대하여> 함께 읽기하루키가 어렵다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함께 읽기
윤석헌 번역가와 함께 읽는 프랑스 문학
[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그냥 책 모임 No! 영화, 수학에 이어 기록까지! 그믐인 도리님의 모임들
나를 발견하는 독서기록법, <하루의 책상> 같이 읽어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여성 과학자 이야기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STARMAN의 반짝반짝 문장수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개정증보판원미동 사람들GO여행의 쓸모
줌으로 함께 책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
함께 책 이야기 해봐요!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