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731.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소설에 대한 소설, 다층구조 소설을 이야기할 때 내게는 기준이 하나 있다.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보다 뛰어난가’이다. 감탄하며 읽었고, 그 뒤로 온다 리쿠라는 이름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삼월은 붉은 구렁을
730.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나카야마 시치리)

개구리 남자가 돌아왔다는데 책을 펼치지 않을 도리가 있나.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인물도 줄거리도 전작에서 이어지며, 전작을 읽지 않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고테가와 형사는 이번에도 험하게 구른다. 반전은 예상했던 딱 그것.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729.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읽는 내내 현실성을 고민하기는 했다. 어떤 사건은 그냥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고, 일본 경찰이 저 정도로 무능할 것 같지는 않았고, 작품 속 일반 대중의 반응도 지나치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허술한 것 같기도 하고 치열한 것 같기도 하고 가학적인 것 같기도 하고 성찰적인 것 같기도 하다. 고테가와 형사가 몸이 튼튼해서 다행이었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23-035 | 김초엽, 므레모사

현대문학 (230929~230930)


❝ 별점: ★★★★☆

❝ 한줄평: 이해받지 못한 자가 이해받기 위해 내린 선택

❝ 키워드: #환지통 #화재 #화학물질유출 #다크투어리즘 #귀환자들 #여행자들 #함정 #비밀 #중독 #탈출 

❝ 추천: 삶과 죽음의 관계의 전도가 궁금한 사람


❝ 나는 이해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 실패의 결과를 파국으로 밀어붙인 시도였다. (작가의 말, p.201-202) ❞


🦿첫 문장: 중요한 무대를 망쳐버리는 상상을 하고 있다. (p.9)


📝 (23/10/01) SF호러 소설이라고 해서 대체 어떤 내용일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엄청난 긴장감으로 읽어 내려갔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이 소설은 꼭 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읽을 것을 권한다.


☠️ 므레모사:


| 원인 불명의 화재로 유독성 화학물질이 유출돼 초토화된 ‘죽음의 땅’ 므레모사가 수십 년간 감춰왔던 장소를 개방하는투어를 열어 여행자들이 찾아옴, 코를 찌르는 달콤한 향기가 풍겨오는 곳.


🏃🏻‍♀️여행자들:


| 유안 / 레오 / 헬렌 / 이시카와 / 탄 / 주연은 각자 므레모사에 방문한 목적이 있음


🦿유안:


| 사고로 다리를 잃고 기계 다리를 착용, 무용수로 활동했으나 사라지지 않는 환지 감각으로 고통받고 있음


🚶🏻‍♂️귀환자들:


| 죽음의 땅 므레모사로 돌아온 귀환자들의 신체가 좀비처럼 끔찍하게 변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음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이해받지 못한 자가 이해받기 위해 내린 선택


  므레모사 투어는 ‘재난 지역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곳을 돌며 교훈을 얻는 여행’인 ‘다크투어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자인 유안, 레오, 헬렌, 이시카와, 탄, 주연은 각자의 이유로 므레모사 투어에 오게 된다. 사실 ‘날것, 다듬어지지않은 비극‘을 목격하는 게 연구의 희소성이 있다고 말하는 이시카와나, ’이르슐의 폭압과 므레모사 주민들의 비극‘을 특종으로 삼으려는 탄, 투어를 유튜브 콘텐츠화해서 므레모사를 볼거리로 삼으려는 주연 모두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했지만, 가장 불쾌감을 준 인물은 헬렌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끔찍한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 자신의 비극은 비극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을 상기하며 비극을 비극으로 잊어보려는’ 사람이자, ‘다듬어진 비극’은 희석된 것이기에 좋아하지않는다는 사람. 타인의 비극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인물들에 불쾌감을 느껴 더더욱 므레모사의 방문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유안이라는 인물에 몰입해 이야기를 읽어나간 것 같다.


  유안 또한 개인적 비극을 경험한 인물이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무용수. 자신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사랑하는 연인 한나를 위해 힘든 재활을 이겨내고 도약하고자 하지만, 연인은 자신의 통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 다리와 그림자다리의 끝없는 존재 주장으로 엄청난 통증과 고통에 시달린다. ‘살아있다는 건 움직이는 것’이라는 한나. 그러나 유안은 ‘고정된 것, 정적인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그녀가 바라는 게 죽음은 아니다.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하는 것뿐. 그것이 유안이 므레모사에 가게 된 이유다.


  므레모사가 예상과 달리 비극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이 아닌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삶의 터전이고, 이 장소에 남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암시’에 걸린 여행자들과 귀환자들. 그리고 그 사이의 유안과 레오의 고군분투가 손에 땀을 쥐게했다. 그리고 ‘므레모사의 진짜 귀환자들’을 목격하게 되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어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


  사람들이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춤추는 유안을 보고 싶어 한 것처럼,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을 도우려던 이들도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던 걸까? 아니면 오직 타인의 비극과 절망, 고통에만 관심을 보였던걸까?


  그래서 유안의 선택이 더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위해 므레모사로 향하는 유안의 선택. 유안은 이해받지 못했기에 자신을 이해해 줄 존재들이 있는 므레모사에 머물기로 선택한 게 아닐까. 그녀의 선택이 이해되면서도 어쩐지 슬프다.


———······———······———

므레모사
므레모사
기분의 디자인

일본의 제품 디자이너 아키타 미치오의 트위터 해설집. 아키타 미치오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고 트위터와 블로그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듯 싶다.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리트윗이 많이 되었고 아포리즘에 가까운 글들에 추가로 부연 설명을 얹었다.

기분의 디자인
기분의 디자인
창작형 인간의 하루

임수연 기자의 인터뷰집. 페미니스트 창작자들과 그들의 네트워크로 책이 완성된 느낌. 작업실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과연 진짠가 싶을 정도로 정리 정돈을 잘한다. 혹은 정리형 인간들만 인터뷰이로 선정된 걸 수도.

창작형 인간의 하루
창작형 인간의 하루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칸트는 인간(이성적 존재자)은 모두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이를 결코 한낱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항상 동시에 목적 그 자체로서 대해야만 한다"라고 전제한 후 "목적들의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가격(가치) 또는 존엄성을 가지며, 가격은 "같ㅌ은 가격을 갖는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있는 반면 존엄성은 그 무엇으로도 대치될 수 없다고 말한다. 칸트에게 존엄성이란 다른 것의 수단으로만 존재하지 않는, 그 자체가 반드시 목적으로도 존재할 때 부여되는 내적 가치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어떤 인간이 존엄하다면 우리는 그 인간을 자신의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아서는 안된다. '품격'이란 사회적 지위, 위계, 권위의 정도에 따라 충실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누리는 가치라고 말했다. 품격있는 사회나 국가는 이러한 사람들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반면 '실격당한'사람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고 여겨진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고,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행위 규범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지키는 데 서툴다. ..품격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이런 행동은 무질서하고 통제되지 않는, 그리고 성찰 능력을 상실해 수치심을 모르는 존재들의 전매특허로 보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 신체적 장애나 질병 등을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품격 있는 삶을 달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품격이 개인의 성찰 능력만으로 오롯이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잇고, 자잘한 심부름을 도와줄 지원 인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품격에 신경 쓸 여력이 훨씬 크다. 체력이 강하고, 생리 현상을 오랜 시간 잘 통제하고,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거나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도 굳건히 버티는 건강한 다리를 가졌다면 그는 품격 있는 나라의 주인이 되기 쉽다. 특히 사회적 위계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품격을 위해 봉사하는 다수의 지원자들이 있다.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상호작용은 실재를 공유하면서 그 존중을 강화한다. 모르는 척해주는 익명의 대학생이 고마워서 그를 존중하며, 자신을 존중하려 애쓰는 자패아 부모의 노력을 아는 대학생은 더더욱 무심한 척 책으로 눈길을 돌린다. 타인이 나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게 되며, 나를 존중하는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존중하게 된다...우리는 서로가 욕망과 자존심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을 깊이 인정한 상태에서 연기를 했고, 이런 퍼포먼스는 우리의 존재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어준다. 반면 품격을 위한 퍼포먼스에서는 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실재를 공유할 필요가 없고 서로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는 상호작용이 필요하지도 않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극명하게 빛나는 순간은 서로가 서로의 연기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는 때이다. 품격이 상대방을 적절하게 접대하는 연기에 의해 구성된다면, 존엄은 상대를 환대하고 그 환대를 다시 환대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우리가 본래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대우한다기보다는 그렇게 서로를 대우할 때 비로소 존엄이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잇다.
칸트는
칸트는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먼저 믿어라, 그러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부자되기 싫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거나 부자가 되는 고통때문이겠죠.

그러면 우리가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좀 더 '빨리' 부자가 될 것인가.

왜 부자가 되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고 나서 왜 부자가 되려했는지 생각하려하겠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죠.

'나도 저 사람 정도 돈 있으면 당연히 기부할 거다'

'나도 저정도면 10억도 기부하겠다'

그러면 당신은 반드시 익혀둬야 합니다.

부자가 되는 모든 방법을.

피하시지 마시고 계속 이 글을 읽고 훈련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부자가 되는 방법은 쉽습니다.

첫번째 방법, 부자로 태어난다.

두번째 방법, 부자가 되는 방법을 익힌다.

이것말고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방법이 더 많겠죠.

하지만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심플해져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부자들도 어렵고 다양한 공부를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죠.

바로 '아껴서 투자한다'

저는 여기서 아주 기본적이면서 꼭 필요한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려 합니다.

'믿어라'

23-034 | 천선란, 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230928~230929)


❝ 별점: ★★★★★

❝ 한줄평: 랑을 향한 고고의 애틋한 애도와 사랑의 여정

❝ 키워드: #죽음 #목적 #존재이유 #감정 #마음 #사막 #기억 #행위 #선택 #결정 #고요 #과거로가는땅 #합리성 #그리움 #사랑 #희망

❝ 추천: 랑이 사막을 건너며 찾아 나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 단 하나였던 삶의 목적을 잃은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작가의 말, p.158) ❞


🌵 첫 문장: 랑의 엔진이 꺼졌다. (p.9)


📝 (23/09/30) 


🤖 고고:


| 자신이 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가 랑이 죽자 자신의 목적을 찾아 나섬


🗻 과거로 가는 땅: 


| 랑의 죽음 후 고고가 가고자 하는 곳


🖋️ “드카르가 언덕 너머 멈추지 않는 돌풍의 시작점에 그게 있대. 그것이 바람을 일으켜 드카르가의 언덕을 검은벽으로 만들었다고들 해. 물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말해준 사람은 없어. 거기까지 갔다면 다시 이곳으로 올 인간은없을 테니까. 그 곳에 도착하면 모든 걸 이룬 거니까.” (p.37)


💭 감정: 


| 감정은 로봇인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건 고고도 감정을 학습하고 흉내 낸다는 것이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따라 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살리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고고


🖋️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니까."

  그것은 내가 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쩐지 비참하다는 단어를 쓰고 싶다.

  (...)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기에 그럴싸하면 돼. 네가 감정을 진짜 느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느끼기에, 그 애가 그렇게 느끼기에 그렇다면 된 거야. 안 그래? 그냥 다 따라 하는 거야. 인간이라고 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어? 영혼을 뺏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다고 믿는 순간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시치미 떼. 감정도 네 것이라는 듯이 행동해." (p.131, 134)


———······———······———


🤖 랑을 향한 고고의 애틋한 애도와 사랑의 여정


| 조와 랑 — 지카 — 버진 — 알아이아이 — 살리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소설의 제목이 ‘랑과 나’의 사막이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랑뿐만이 아니라 고고에게도 ‘사진’에서 ‘그림’이 된 사막. 후반부로 갈수록 이 이야기의 제목은 ‘고고의 사막’이 아니라, 꼭 ‘랑과 나의 사막’이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랑과 나의 사막』이라는 '그림'은 결국,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세상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진 고고가 사막을 그림으로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작품해설 | 오정연, 길 위에서 우리는, p.150)


  소설에는 랑을 향한 고고의 ‘감정’이 가득하다. 고고는 처음에는 이를 단순히 ‘오류’라고 생각해 고칠 수도 있지만유지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그리움을 흉내 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리를 통해 고고는 자신이 오류라 생각했던 랑을 떠올리는 행위는 사실 그리움이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따라 하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철저히 합리성의 원칙에 따르게 되어 있는 로봇이지만, 고고는 사막을 건너는 여정을 거쳐 과거로 가는 홀에 도착한 후 ‘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0.01퍼센트의 확률’을 따르고자 한다. 인간에겐 불가능의 수치일지 몰라도, 0.0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존재한다면 고고에게 그 숫자는 ‘존재한다’는 것. 


  고고 자신은 시도 때도 없이 랑의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오류나 에러라 생각했을지 몰라도, 랑이 처음 고고를 발견했을 때부터, 그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에도 랑을 만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에 희망을 거는 지금까지, 고고는한순간도 랑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게 아닐까.


  지카에게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다’고 말했다가 ‘완벽한 희망은 말이 되는 문장이냐’는 물음을 돌려받았던 고고는, 이제 본인이 그 ‘헛된 희망’을 품고 과거로 가는 홀의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버진 — 알아이아이 — 살리를 만나는 이 사막에서의 여정에서 고고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누군가를 상실하거나 삶의 목적을 잃은 것 같을 때 고고의 여정이 문득 떠오를 것 같다. 고고는 과연 자신의 희망을 이루었을까. 랑에게 자신의 사막 횡단 여정을 신나게 전해주었을까. 이야기의 끝, 깊은 여운이 남는다. 🏜️


———······———······———

랑과 나의 사막
랑과 나의 사막
25.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내게는 사람보다 책이 편해서,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배로 편안해진다. 책 이야기하는 책 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 두 권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다.

이 두 책은 소재 외에도 닮은 데가 많다. 둘 다 독일 작가가 썼고, 판타지 소설이자 사변소설이고, 2부로 구성됐고,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깊이가 상당하고, 분량도 두툼하고, 그럼에도 아주 재미있다. 뫼르스는 엔데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두 책의 한국어 번역서는 분권돼 출간되기도 하고 단권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양쪽 모두 한 권짜리 개정판은 700쪽이 넘는다. 책의 삽화나 인쇄 방식에 저자가 깊숙이 간여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두 벽돌책을 2회에 걸쳐 한 권씩 소개해도 될까? 내게 좀 더 각별한 『끝없는 이야기』를 다음 회로 미루고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먼저 얘기하자면, 이 책은 애서가들에게는 천국 같은 가상도시, 부흐하임(Buchheim·책의 집)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이다.

여기서 ‘천국 같다’는 말은 좋은 일만 일어나는 장소라는 의미가 아니다. 무서운 음모와 범죄가 벌어지지만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 책이 있다는 얘기다. 책이 푸대접 받는 21세기 한국과 달리, 부흐하임은 책이 최고의 이슈가 되는 사회다. 인쇄소, 종이공장, 잉크공장이 빽빽하고 서점이 수천 곳 있고 어디서나 낭독회가 열리며 고서 사냥꾼은 영웅이 된다.

그래서 부흐하임의 작가와 출판인과 평론가가 서로를 속이고 물어뜯는 묘사를 읽다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현실 문학계와 출판계에 대한 풍자임을 알면서도, 그런 싸움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그곳이 오히려 부러워지기도 하니까.

책의 큰 특징인 동화풍의 상상력과 능청스러운 유머에 대해서도 상반된 감정이 드는데, 처음에는 살짝 가볍게 느껴지다가 나중에는 그 기발함과 풍부한 상징성에 압도될 지경에 이른다. 참고로 이 소설 주인공은 두 발로 걷는 작가 지망생 공룡이다.

소설은 뒤로 갈수록 점점 어둡고 무거워지며, 마지막에는 ‘문학의 감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질문에 가장 인상적인 답을 형상화하여 보여주는 책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은 같은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차모니아 연대기’의 한 편이지만, 시리즈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아도 독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꿈꾸는 책들의 도시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떠오르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장르살롱>이 시즌2로 돌아왔다!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꿈꾸는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김영사/책증정]우리...이 정도면 착한가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읽기[김영사/책증정] 투명 고릴라 실험, <보이지 않는 고릴라> 함께 읽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윤석헌 번역가와 함께 읽는 프랑스 문학
[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그냥 책 모임 No! 영화, 수학에 이어 기록까지! 그믐인 도리님의 모임들
나를 발견하는 독서기록법, <하루의 책상> 같이 읽어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STARMAN의 반짝반짝 문장수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개정증보판원미동 사람들GO여행의 쓸모
줌으로 함께 책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
함께 책 이야기 해봐요!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